체계적인 고혈압 관리, 가정혈압 측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순용 기자I 2024.07.29 09:18:2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60대 여성 A씨는 병원에서 기초 측정을 위해 혈압을 확인하던 중 2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170/100mmHg의 수치가 나왔다. 평소 혈압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담당 의사는 A씨에게 가정에서 매일 혈압을 측정하고 혈압일지를 작성할 것을 권했다. 얼마 후 혈압일지를 가지고 다시 병원을 찾은 A씨는 고혈압 전단계인 평균 125/80mmHg의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되었다.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으로 구분되며, 이 두 수치의 조합에 따라 고혈압의 단계가 결정된다. 수축기 혈압이 120mmHg 미만, 이완기 혈압이 80mmHg 미만일때 정상이며, 140/90mmHg 미만이 고혈압 전단계, 160/100mmHg 미만이 1기 고혈압, 그 이상이 2기 고혈압으로 가장 심각한 단계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뇌졸중, 신부전 등 전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가정에서 혈압측정 후 입력 또는 측정한 혈압계의 사진을 찍으면 앱으로 자신의 혈압이 기록된다. (주)틸더의 헬스스캔 앱을 활용하여 혈압일지를 작성하는 모습.

그런데 평소 정상혈압이지만 의료기관에서 측정할때만 혈압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오르는 경우가 있다.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병원 방문 시에만 혈압을 측정해서는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어 가정혈압 측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정혈압이란 자택에서 자신의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병원에서의 일회성 측정과 달리, 자신의 일상적인 혈압 변화를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자신의 혈압 변화를 꾸준히 관찰함으로써, 고혈압 관리에 대한 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 또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의사에게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적절한 진단과 치료의 기준을 확립하기 용이하다.

자가 측정인 만큼 정확한 혈압 측정 방법도 중요하다.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먼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팔을 심장 높이에 위치시킨 후, 혈압계 커프를 정확히 부착해야 한다. 또한, 같은 시간대에 측정하고 최소 2회 이상 측정하여 평균값을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의 주형준 교수는 “가정혈압측정은 고혈압 환자뿐만 아니라 협심증, 심부전 및 신장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혈압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확한 평소혈압을 파악하여, 적절한 의학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혈압일지를 수기로 작성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불편함을 초래했으나, 최근에는 혈압 결과를 모바일에 입력하거나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자동으로 기록되고 추세를 보여주는 환자용 앱 및 의료진용 웹 플랫폼이 개발되는 등 편리한 관리 방법이 등장했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는 순환기내과, 신경과, 신장내과 등 혈압과 관련된 질환을 진료하는 의료진들과 환자들이 앱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환자는 앱을 통해 일지를 작성하고 외래 방문시 진료실에서는 담당 의사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주형준 교수는 “수기 작성 시에는 의료진이 가정혈압 수치들을 일일이 파악하여 분석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앱을 활용하면 플랫폼을 통해 의료진에게 다양한 분석결과가 제공되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환자 맞춤형 혈압관리 및 처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혈압측정 후 헬스스캔 앱으로 혈압일지를 작성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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