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 테러" 비난…보복 나설 듯

장영은 기자I 2022.10.10 11:41:07

푸틴, 크림대교 폭발 배후로 우크라 특수기관 지목
메드베데프 "테러리스트들 직접 패망시킬 것"''
러, 10일 안보회의 열고 보복조치 논의할 듯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 사건이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테러행위’로 규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직접적인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8일 크림대교에서 폭탄을 싣고 가던 트럭이 폭발해 교량 일부가 훼손돼고 옆 철로의 화물열차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AFP)


1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해 보고받으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라며,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러시아의 주요 민간 인프라를 파괴하려는 테러행위”라고 말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가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기 위해 개통한 19km 길이의 다리다. 러시아는 옛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된 크림반도를 2014년 병합했는데, 크림대교는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토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8일 새벽이다. 크림대교의 자동차 통행로에서 트럭이 싣고 가던 폭탄이 터졌고, 옆의 철로를 지나던 화물열차의 유조차들에 불이 붙었다. 이 사고로 다리의 일부가 파괴됐으며, 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크림대교 폭발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는 않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발을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규정하고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가 이번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에 직접적인 보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번 범죄에 대한 러시아의 유일한 대응은 테러리스트들을 직접 패망시키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도 9일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 폭발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직접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CNN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질 도허티는 “(푸틴은) 크림대교에 대한 도발적 공격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겨냥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고 무자비하게 보복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푸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되찾아오는 것이 그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덧붙엿다.

러시아는 10일 푸틴 대통령 주재로 안보 회의를 열고 크림대교 폭발과 관련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조치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전 안보회의는 약 2주 전에 열렸으며, 당시 군 부분 동원령에 따른 조치가 논의됐다.

한편, 러시아측은 크림반도에서 폭탄이 터진 트럭이 불가리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러시아령 북오세티아와 크라스노다르를 거쳐 크림대교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했다. 러시아 수사관들은 이 트럭의 움직임을 조직하는 데 관여한 자들이 누구인지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측 인부들이 크림대교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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