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근 웹3 전문 컨설팅 기업 인사이트3(INSIGHT3) 대표이사와 김태림 엑시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웹3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는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이데일리와의 좌담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인사이트3, 한국웹3블록체인협회 등은 오는 28일 오후 2시에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강준현·민병덕 의원과 함께 ‘토큰증권(STO) 이후, 실물자산 토큰화(RWA) 입법과제 모색’ 정책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에서 단계별 ‘토큰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이달 말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준비 중이다. 금융위는 오는 11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전까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윤현근 대표·김태림 변호사는 금융위의 ‘토큰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 분산원장 간 연결·결제를 금지하는 폐쇄형 구조에서 벗어날 것을 제언했다. “토큰증권 문은 열었으나 통로는 막는 구조로 가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참조 9월24일자 <“토큰증권 멈춰있는 자산 안되려면, 원장간연결·결제 허용해야”>)
이어 이들은 같은 분산원장 위에서 거래되는 자산인데 토큰증권은 ‘증권’·가상자산은 ‘기타소득’으로 제각각 분류하는 현행 체계를 개편해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정 없이 이대로 가면 향후 과세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참조 9월25일자 <“가상자산 모두 기타소득 과세 안돼…토큰증권과 체계 맞춰야”>)
특히 이들은 “증권을 토큰화 하는 법은 2027년 2월에 시행되는데, 그 값을 치를 스테이블코인·예금토큰의 법은 아직 국회에 있다”며 “두 입법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조 9월26일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공격용…토큰증권법과 속도 맞춰야”>) 다음은 좌담회 일문일답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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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근) 분명한 진전이다. 지금까지 국내 토큰증권 논의는 부동산·음원 조각투자에 갇혀 있었는데, 이번에 주식·채권·펀드까지 확장을 공식화했다. 조각투자 시장과 채권·펀드 토큰화는 규모의 단위 자체가 다르다. 시장 규모의 상한이 달라진 발표다. 분산원장 표준요건과 평가 절차를 미리 공개해 사업자가 준비할 시간을 준 점도 긍정적이다. 9월 말 시행령 입법예고, 2027년 2월 1단계 개시라는 일정이 나왔으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로소 좌표가 생겼다.
다만 시장의 눈으로 보면 발행의 그림은 그려졌는데, 그 자산이 실제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결제와 원장 간 연결은 뒤로 미뤄져 있다. 발행됐지만 멈춰 있는 자산이 되지 않으려면 다음 단계가 빨리 따라와야 한다.
△(김태림) 방향은 옳다.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의 도구로 한정하지 않고, 정형증권까지 분산원장으로 발행하고 유통하는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만들겠다고 처음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개정 전자증권법 시행일인 2027년 2월 4일에 맞춰 1단계를 열고, 하위법규 사항은 9월 말 시행령 입법예고에 담는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다만 문을 여는 것과 그 문으로 들어가 실제로 쓰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같은 날 별첨으로 나온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은 허가형 원장을 전제로 하고, 하나의 증권을 다른 원장으로 옮기는 것과 원장에서 가상자산을 생성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런데 로드맵 3단계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연계한 온체인 결제를 목표로 한다. 결제 토큰이 증권과 같은 원장 위에서 움직여야 온체인 결제가 성립하는데, 현행 가이드라인 문언으로는 그 경로가 닫혀 있다. 이번 발표를 완성이 아니라 출발선이라고 본다.
-내년 2월 STO 관련 법이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 시장 변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윤현근) 관건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실제로 상품을 내놓느냐다. 인프라는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협업으로 구축되지만, 기존 금융기관이 상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시장은 서지 않는다. 대형사가 1단계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사모사채 발행에 얼마나 빨리 들어오느냐가 시장의 속도를 정할 것이다.
시행 첫해는 기관 사모 상품과 조각투자 중심의 시범 운영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본다. 일반 투자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조각투자 상품의 공모 확대와 장외거래소를 통한 거래 정도다. 상장주식이나 온체인 결제는 그다음 국면이다. 폭발이 아니라 계단식 확대를 예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만 한 번 인프라가 깔리면 발행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기 때문에, 2단계로 넘어가는 순간의 확장 폭은 지금 조각투자 시장으로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클 수 있다.
△(김태림) 시행일에 열리는 것은 1단계다. 펀드와 채권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와 사모사채, 주식은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비상장주식을 예탁결제원이나 신탁업자에 신탁한 뒤 발행하는 신탁수익증권, 공모 조각투자증권이 대상이다. 정부 스스로 2단계와 3단계 이행 시점은 1단계의 안정성, 시장 참여자의 기술혁신 속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여부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모 MMF와 사모사채는 개인이 아니라 기관투자자만 살 수 있다. 토큰증권이라는 새 방식이 안전하게 돌아가는지 확인되기 전에 일반 투자자를 먼저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투자자 보호 면에서는 맞는 접근이지만, 기관만 참여하면 초기 거래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행 첫해는 시범 운영에 가까울 것이다.
제도 쪽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1단계의 신탁 구조다. 비상장주식을 곧바로 토큰화 하지 않고 신탁수익증권 형태를 취하는 방식은 국채 등 다른 자산에도 확장할 수 있는 틀이다.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장외거래소 인가와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이 얼마나 빨리 마무리되는지가 이후 단계의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국내외 토큰증권·실물자산(RWA) 시장에서 주시하는 트렌드나 기업이 있다면.
△(윤현근) 글로벌에서는 무게 중심이 발행에서 담보와 결제로 넘어갔다. RWA 집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온체인 RWA는 9월 기준 약 335억달러이고, 그중 토큰화 미국 국채가 약 159억달러로 가장 크다. 블랙록(BlackRock)의 비들(BUIDL), 온도(Ondo), 프랭클린 탬플턴(Franklin Templeton) 모두 국채 상품이다. 안전자산의 토큰화가 기관 자금의 진입 통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주목할 기업은 세 부류다. 발행에서는 Ondo, 기관 인프라에서는 대형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캔톤(Canton) 계열, 결제 자산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입니다. 자산은 발행되는데 실제 담보로 활용되는 양은 20억달러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있다. 발행됐지만 멈춰 있다는 것이 지금 글로벌의 숙제다.
전통 거래소가 직접 들어오는 것도 큰 흐림이다. 지난 9월1일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Payward)와 손잡고 런던 상장 100대 종목을 토큰화(xStocks)해 24시간 거래소 LSE 24에서 2027년부터 거래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나스닥이 페이워드와 토큰화 주식 게이트웨이를 개발하고, NYSE의 모회사 ICE가 OKX에 투자해 NYSE 종목 토큰화를 추진하며, 도이체뵈르제가 페이워드에 2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토큰화 주식 시장은 최근 집계로 최근 한 달 15% 늘어 약 25억달러, 보유자 245만명 규모다. 국내 정책방향도 NYSE·나스닥 파일럿을 참고해 한국거래소 중심의 장내 토큰화 파일럿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증권사들이 저마다 다른 원장을 준비하는 흐름, 금 기반 비증권형 토큰화처럼 증권의 경계 밖에 있는 자산이 눈에 띈다. 9월 28일 국회도서관 세미나에 Ondo, 리플(Ripple), 섬섭(Sumsub)과 국내 증권사, 금 토큰화 사업자를 함께 부른 것도 발행·결제·인프라·검증의 축을 한자리에서 보기 위해서다.
△(김태림) 제도 쪽에서 보는 트렌드는 토큰화 시장의 자금세탁방지(AML)·법인 신원 확인(KYB) 책임 문제다. 발행인이 누구인지, 누가 검증하는지를 규제 준수 인프라로 푸는 접근이 나오고 있고, 국내 토큰증권이 해외 투자자와 만나려면 이 부분이 먼저 정리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증권이 아닌 실물자산 토큰의 법적 분류가 아직 비어 있다는 점을 함께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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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1단계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관 전용이라는 울타리다.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해 문을 좁게 연 것인데, 그만큼 초기 시장 규모도 제한된다. 다른 하나는 신탁이라는 장치다. 비상장주식을 곧바로 토큰화 하지 않고 신탁수익증권 형태를 취하는 이유는 의결권·배당·증감자 같은 권리관계를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 남겨 두고 수익권만 원장에 올리기 위해서다. 함께 나온 비금전신탁수익증권 발행 모범규준은 현행 전자증권 형태의 조각투자에 즉시 적용되므로, 조각투자 업계는 시행일을 기다릴 것 없이 지금부터 증권신고서 수리 기준이 달라진다.
2단계는 공모 증권과 상장주식으로 넓히는 단계인데, 정부가 이행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 주식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과 연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의 실질은 예탁결제원의 전자등록 시스템과 증권사 원장 사이의 연계 표준을 어떤 수준으로 정하느냐에 달려 있고, 여기서 상호운용성 요건이 정해지면 3단계의 폭도 함께 정해진다.
3단계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연계한 온체인 결제다. 앞서 말씀드린 가이드라인의 원장 간 이전 금지, 가상자산 생성·거래 금지 규정과 정면으로 만나는 지점이고,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선행 조건으로 명시되어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결제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지위와 증권 원장과의 연결 방식이 담기지 않으면 3단계는 출발점에 서기 어렵다.
△(윤현근) 시장 쪽에서는 단계마다 보는 지표가 다르다. 1단계는 기관 사모 상품을 누가 먼저, 얼마나 내놓느냐다. 장외거래소 인가단위와 일반투자자 거래 한도가 9월 말 입법예고에 담기므로, 한도 수준이 1단계 유통 규모를 정한다. 2단계는 사실상 자본시장의 본류인데, 이미 국내 주식과 연계된 상품이 역외에서 거래되고 있어 국내 제도가 늦으면 수요가 밖으로 나간다.
3단계가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늦다. 3단계가 맨 뒤에 있다는 것이 이번 로드맵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라고 본다. 자산은 토큰화하는데 그 값을 치를 돈은 3단계에서야 온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행과 결제가 함께 가야 시장이 작동한다. 결제 수단이 없으면 앞의 1·2단계도 반쪽이다.
-로드맵에 제시된 신탁 구조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김태림) 신탁은 내 재산을 믿을 만한 기관에 맡기고 그 기관이 대신 관리하되 이익은 내가 받는 구조다. 여기에는 재산을 맡기는 사람(위탁자), 맡아 관리하는 기관(수탁자), 이익을 받는 사람(수익자) 셋이 등장한다. 이익을 받을 권리를 수익권이라 하고, 이 수익권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 증권으로 만든 것이 수익증권이다. 지금 시장의 부동산 조각투자가 바로 이 구조다. 건물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임대료 받을 권리를 수익증권으로 쪼개 파는 것이다.
1단계의 비상장주식은 이 구조를 주식에 적용한 것이다. 주식 자체를 토큰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주식을 예탁결제원이나 신탁회사에 맡기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받을 권리를 수익증권으로 만들어 토큰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주주 자리에는 수탁 기관이 앉고, 의결권 행사와 배당 수령, 증자·감자 처리는 수탁 기관이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에서 하던 대로 한다. 투자자는 주주가 아니라 수익자이고, 수익권 토큰을 갖는 사람이다.
왜 이렇게 돌아가느냐를 풀이해보면, 주식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회사와의 관계다.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라야 하고, 주주총회 의결권, 배당, 증자·감자에 따른 주식 수 변동까지 따라온다. 이 처리를 지금은 예탁결제원의 전자증권 시스템이 하고 있고 회사들도 거기에 맞춰 일한다. 주식을 통째로 새 원장(블록체인)에 올리면 이 처리를 새 원장에서 전부 다시 만들어야 하고 회사와 기존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정부가 상장주식 토큰화를 2단계로 미룬 이유도 같다. 주식은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기존 시스템과 연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책 방향에 나온 설명이다.
신탁을 쓰면 이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주식은 기존 시스템에 그대로 두고 수탁 기관 한 곳 이름으로 관리되니, 회사 입장에서는 주주가 한 명 있는 것과 같다. 새 원장에 올라가는 것은 수익권이라는 새로 만든 증권 하나뿐이라 기존 시스템과 부딪히지 않는다. 대신 투자자는 주주가 아니어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지 못하고 배당도 수탁 기관을 거쳐 받는다. 그래서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투자자 권리가 어떻게 보호되는지가 1단계에서 지켜볼 지점이다. 자리를 잡으면 국채 같은 다른 자산에도 같은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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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준이 달라지니 우려된다”가 아니라 “기준이 지금부터 달라지니 조각투자 업계는 시행일을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부터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려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다.
연결고리는 이렇다. 지금 시장의 부동산, 음원 등 조각투자 상품은 설명 드린 것과 같은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구조다. 다만 토큰이 아니라 기존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 증권을 공모로 팔려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내서 수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가 9월 4일 정책 방향과 함께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 모범규준’을 내놨다. 이 모범규준은 토큰이냐 아니냐를 가리지 않고 신탁수익증권 발행 자체에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 2월 토큰증권 시행일과 관계없이 즉시 시행돼 조각투자 증권신고서 심사에 바로 적용된다. 조각투자 사업자가 오늘 신고서를 내면 이미 새 기준으로 심사를 받는다는 얘기다.
내용은 규제를 조이는 쪽보다 정리하고 넓히는 쪽에 가깝다. 조각투자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초자산의 범위와 발행 기준을 정비했다. 같은 종류·같은 권리의 자산 여러 개를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집합화와 장래매출채권처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건에 연계된 자산의 활용도 일정 요건 아래 허용했다. 개별 규모가 작아 증권화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묶어 상품화할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집합화의 기준과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투자자가 개별 자산의 가격과 위험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정리하면, 사업자 입장에서 상품 설계와 신고서 작성 기준이 이미 바뀌었으니 새로 열린 부분은 지금부터 쓸 수 있고 새 요건은 지금부터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토큰증권 시행 전이라도 조각투자 실무는 이미 새 국면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 등 토큰증권 정책에서 보완이 필요한 점은.
△(김태림) 보완의 핵심은 하나다. 원장 간 이전을 전면 금지하지 말고, 예탁결제원이 총량을 통제하는 감독된 이전에 예외를 여는 것이다. 이것을 포함해 9월 말 입법예고와 가이드라인 정비 과정에서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원장 간 이전의 예외 요건을 둬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은 하나의 증권은 하나의 분산원장에서만 발행하고, 발행 후 다른 원장으로 옮기지 못하게 했다. 초과발행과 이중기재를 막기 위한 안전 설계라는 취지는 존중한다. 다만 이전 금지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목적이 초과발행 방지라면 그 위험이 통제되는 이전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 원칙은 유지하되 안전이 입증된 경로에 한해 예외를 여는 방식을 제안한다.
예외의 경로는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전자등록기관을 거치는 이전이다. 당국이 이전을 막은 이유는 브릿지를 통한 이전이 해킹과 이중기재에 취약하기 때문인데, 예탁결제원이 총량을 통제하는 방식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한 원장에서 소각하고 예탁결제원 장부에서 확인한 뒤 다른 원장에서 재발행하면 두 원장에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이 없다. 예탁결제원은 이미 발행총량 관리 권한을 갖고 있으니 그 역할을 이전 통제로 넓히면 된다. 다른 하나는 증권대금동시결제를 위한 한시적 예외다. 자산을 영구히 옮기는 것이 아니라 결제가 완결되는 시점에만 증권 원장과 결제수단 원장이 맞물리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3단계 온체인 결제가 1단계 규범과 충돌하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통로다. 마지막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업자나 일정 요건을 갖춘 적격기관 사이에서 감독당국 승인 아래 시범 허용하고, 그 데이터를 쌓아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식이다.
어느 경로든 예탁결제원이 이전 전후 총량 일치를 검증하고, 모든 이전 기록을 감독당국이 확인할 수 있게 하며, 이전 유형에 따라 사전 승인이나 사후 보고를 달리 두는 세 가지 장치를 붙이면 됩니다. 이런 이전은 무단 이전이 아니라 감독된 이전이므로 금지의 대상이 아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금지는 법률 조문이 아니라 예탁결제원 가이드라인에 담긴 기준이다. 예외 요건을 두는 일은 법 개정이 아니라 가이드라인과 업무규정 정비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가상자산 금지의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원장에서 새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것을 막는 취지인지, 결제 토큰의 유입까지 막는 취지인지 문언만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법제화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두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다. 3단계 비전과 1단계 규범이 충돌하는 부분이므로 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복수 원장에 발행된 종목을 하나의 장외거래소가 지원할 수 있는지 확정해야 한다.
넷째, 국내 표준과 글로벌 표준의 정합성이다. 글로벌 기관 시장이 수렴하고 있는 원장 기술과 국내 가이드라인이 허용하는 범위가 어긋나면, 국내 토큰증권이 해외 인프라와 연결될 길이 처음부터 막힌다.
다섯째, 정책 방향에 빠진 부분이다. 국경 간 유통에 관한 언급이 없고, 증권이 아닌 실물자산 토큰의 법적 분류도 비어 있습니다. 금이나 부동산 자체를 표상하는 토큰이 증권도 아니고 가상자산으로 다루기도 어색한 경우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 정리가 필요하다. 국채 토큰화의 원장 구조도 정책적 결정이 남아 있다.
△(윤현근) 시장에서 가장 체감되는 것은 첫 번째다. 증권사마다 다른 원장을 쓰는데 이전이 막히면 같은 자산이 원장별로 쪼개져 서로 만나지 못한다. 각 종목의 유동성이 발행된 원장에 고정되는 셈이고, 시장 분절이 제도의 초기값이 된다. 유동성이 나뉘면 가격 발견도 나뉘고, 결국 투자자가 불리해진다. 글로벌 기관 시장은 이미 원장 간 연결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어서, 여기서 어긋나면 국내 시장만 섬이 된다.
-국제적으로 고민할 내용도 있나.
△(김태림) 전통 국제사법은 장소를 연결점으로 삼는다. 우리 국제사법도 물건과 무기명증권에 관한 권리를 그 물건이 있는 곳의 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종이 증권이라면 실물이 있는 장소가 분명하지만, 분산원장의 토큰은 같은 장부의 사본이 여러 나라의 노드에 동시에 존재하므로 소재지를 특정할 근거가 없다. 계약서에 한국법 준거 조항을 넣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계약 당사자 사이의 문제는 그렇게 풀리지만, 토큰의 소유권 귀속이나 담보권 순위처럼 제3자에게 효력이 미치는 문제는 당사자 합의가 아니라 법이 정한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한 차례 같은 문제를 겪었다. 증권이 중개기관 계좌에 전자적으로 보유되기 시작했을 때 헤이그 증권협약은 소재지 대신 계좌약정에서 합의한 법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옮겨갔다. 다만 당사국이 미국·스위스·모리셔스 정도이고 한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토큰증권처럼 중개기관이 없거나 구조가 다른 자산에 대해서는 UNIDROIT가 2023년 채택한 디지털자산과 사법 원칙이 단계적 기준을 제시한다. 자산 자체에 준거법이 명시되어 있으면 그 법, 없으면 자산이 기록된 시스템이나 플랫폼이 정한 법, 그것도 없으면 발행인의 법정 소재지법을 적용하되 그 소재지가 공중에게 확인 가능할 것을 요구하는 구조다.
한국의 과제는 세 갈래다. 단기적으로는 발행 문서와 약관에 준거법과 관할을 명확히 설계하는 실무 대응이다. 발행 요건이나 가이드라인에서 토큰증권 발행 시 준거법과 기록 시스템의 적용법을 명시하도록 하면, 법 개정 전에도 상당한 예측가능성이 생긴다. 중장기적으로는 UNIDROIT 원칙을 참조해 국제사법에 디지털자산의 연결점 규정을 두는 입법이다. 국제 기준과 맞춰 두어야 외국 법원에서도 우리 토큰증권의 권리 귀속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헤이그국제사법회의의 디지털 토큰 논의에 정부가 참여해 허가형 원장과 전자등록기관 중심이라는 우리 제도의 특성이 국제 기준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시장이 커진 뒤에 공백이 드러나면 이미 늦다. 국제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지금이 정비의 적기다.
△(윤현근) 실무에서 이건 곧 한국 토큰증권의 수출 가능성 문제다. 국내 투자자만 상대하면 당장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토큰화의 실익이 국경을 넘는 담보와 결제에서 나오는 이상, 준거법이 불명확하면 해외 자본이 한국 토큰화 자산에 들어오기 어렵다. 해외 기관이 어떤 자산을 담보로 받을지 정할 때 첫 번째로 보는 것이 “분쟁이 나면 어느 법으로 누구 것인지 정해지는가”다. 이 답이 없는 자산은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담보 목록에 오르지 못한다.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토큰화 상장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혁신 면제 명령을 발표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김태림) 5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증권과 결제자산을 같은 설계 안에 넣었다. 미국은 상장주식 토큰의 유통을 열면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MMF를 거래 상대 자산으로 처음부터 함께 인정했다. 우리는 분산원장 가이드라인이 증권 원장 안의 가상자산 생성·거래를 금지하면서 결제는 3단계로 미뤄 뒀다. 자산은 토큰화 하는데 값을 치를 돈은 맨 뒤에 온다는 로드맵의 구조적 문제가, 미국 사례와 나란히 놓으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증권 결제에 쓸 수 있다는 조항을 함께 둬야 하는 이유다.
둘째, 금지와 허용 사이의 규제 기법을 보여 준다. 미국은 종목 수·거래량 상한, 5년 일몰, 기초시장 거래정지와의 연동, 10분 내 데이터 공개, 의견수렴을 거친 규칙 제정으로의 환류를 한 묶음으로 썼다. 우리 가이드라인의 원장 간 이전 금지에 예외를 둘 때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도구다. 예탁결제원 경유 이전을 종목 수와 물량 상한, 기한, 결과 공개를 조건으로 먼저 허용하고 데이터를 쌓아 넓히는 방식이다.
셋째, 원장의 공개와 접근의 통제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미국은 거래 장소의 코드를 퍼블릭 체인에 공개해 제3자가 감사할 수 있게 하면서, 참가자는 확인된 지갑 주소로 제한했다. 다만 우리 가이드라인이 참여자를 제한하는 대상은 법적 효력을 갖는 전자등록 원장이고, 미국이 공개를 요구한 대상은 거래 장소의 스마트 컨트랙트이므로 규율의 층위가 같지 않다. 미국은 퍼블릭이고 한국은 허가형이라고 단순 대비할 일이 아니라, 어느 층에서 무엇을 통제할지를 나누어 설계할 수 있다는 근거로 읽어야 한다.
넷째, 상장주식 토큰화의 권리관계 문제를 원장 설계가 아니라 검증 책임과 발행인 이의권으로 풀었다. 우리 2단계가 상장주식으로 넘어갈 때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다섯째, 입법 교착기의 행정 조치라는 점이다.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진전되지 못한 직후에 SEC가 기존 법률의 면제권한으로 시장을 부분적으로 열었고, SEC 의장 스스로 이를 잠정 조치로 규정하며 규칙 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계류 중인 우리로서는 시행령과 가이드라인 단계의 설계가 갖는 비중을 다시 보게 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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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근) 핵심은 증권의 법과 돈의 법이 따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증권을 토큰화 하는 법은 2027년 2월에 시행되는데, 그 값을 치를 스테이블코인·예금토큰의 법은 아직 국회에 있다. 이 둘의 시차가 벌어질수록 온체인 동시결제는 멀어진다. 두 입법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첫 번째 제언이다.
둘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 수단이어야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온체인 결제의 기축이 된 상황에서, 원화가 디지털 환경에서 쓰이지 않으면 결제도 정산도 달러 네트워크 위에 쌓인다. 발행 주체를 누구로 할지 못지않게, 그 스테이블코인을 어디에 쓸 수 있게 할지가 시장에는 더 중요하다.
△(김태림) 제언의 핵심은 발행 주체를 정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스테이블코인을 증권 결제에 쓸 수 있게 하는 조항을 기본법에 함께 두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여러 건이 계류되어 있고, 금융위원회는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논의가 길어진 원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거래소 지분 규제 같은 지배구조 쟁점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스스로 토큰증권 3단계의 전제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들고 있으므로, 기본법에 세 가지가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첫째, 법제화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증권 결제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근거와 그 경우 전자증권 원장에 결제 토큰이 존재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상 가상자산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리다.
둘째, 발행사가 갖춰야 할 신뢰의 조건이다. 준비자산의 구성과 분리보관, 상환 청구권, 정기 검증을 법에 담되, 본국에서 동등한 수준의 규제를 받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인정할지에 관한 권한과 전환기간도 함께 둬야 한다. 홍콩·싱가포르·미국이 각자의 방식으로 틀을 만들었으니 글로벌 정합성을 함께 봐야 한다.
셋째, 두 법의 접점을 정하는 규정이다. 3단계에서는 하나의 원장 위에서 전자증권법이 규율하는 토큰증권과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규율하는 스테이블코인이 한 거래 안에서 맞물린다. 증권 인도와 코인 지급이 동시에 이루어지다 중간에 멈추면 결제의 효력을 어느 법으로 판단하는지, 발행사가 상환을 못 하게 됐을 때 이미 넘어간 증권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문제가 생기는데, 지금은 두 법 모두 자기 자산만 보도록 짜여 있다. 이 접점을 어느 한 쪽 법에라도 명시해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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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근) 먼저 분명히 하면, 과세 자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긴다는 원칙에서 당연한 방향이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찬반이 아니라, 산업이 예측 가능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제도를 함께 갖추자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짚을 점은 과세 인프라다. 국내 거래소는 거래명세로 세원 파악이 되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 간 거래, 개인지갑을 거친 거래는 국제 거래정보 교환체계에 기대야 한다. 그 체계가 본격 가동되기까지 해외 거래 과세정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도 나와 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를 쓰는 성실 신고자만 불리해지고 거래는 밖으로 나간다. 이건 정파를 떠난 실무의 문제다.
△(김태림) 제도 설계 관점에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시행 가능성입니다. 정부는 2027년 1월 시행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구체적 과세기준은 연내 국세청 고시로 공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세 차례 미뤄진 이유는 세금을 매길지 말지가 아니라 소득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지였다. 취득가액 확인,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길 수 없는 구조, 스테이킹이나 에어드랍 같은 거래 유형별 기준이 아직 고시로만 남아 있다. 시행 여부와 별개로 손실 이월공제와 취득가액 산정 기준은 법률 수준에서 먼저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경제적 실질이 다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뭉뚱그리면 분쟁의 소지도 있다.
다른 하나는 토큰증권과의 형평이다. 2027년 2월부터 같은 분산원장 위에 증권과 가상자산이 나란히 존재하게 된다. 토큰증권 소득은 증권 과세체계를 따르고 가상자산은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면, 기술적으로 같은 형태의 자산이 법적 분류에 따라 전혀 다른 세제를 적용받는다. 조각투자 상품처럼 경계에 있는 자산은 이 차이가 곧바로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준다. 과세 논의를 할 때 디지털자산기본법상 분류와 세법상 분류를 함께 맞춰 둬야 한다.
특정 법안이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든, 납세자가 신고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점은 일관되게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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