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은행 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열린 ‘외환시장 환경 변화와 정책과제’ 심포지엄에서 한은의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윽고 다음날 열린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는 삭제됐다.
강 교수는 원·달러 환율의 안정화를 위해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 필요성과 더불어 국민연금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환헤지 전략 등 기관 간 유기적인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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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부 기관 간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한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에 있어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외환시장 불안 요인 중 하나가 한·미 금리 역전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 한국의 기준금리는 2.50%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강 교수는 “일반적으로 고금리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데, 현재 한은은 역대 최장기간 금리 역전을 방치하고 있다”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경기 부진 및 가계부채 문제 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 두 문제는 충분히 고려해야 할 제약 조건”이라고 짚었다.
다만 금리 인상의 시그널을 배제하면 외환 시장의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리를 올릴 수 없다’는 시장의 확신이 형성되는 순간, 이는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적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포함한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지만, 일정 수준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준금리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선택지에 ‘동결’ 또는 ‘인하’만 포함된다고 인식되면, 환율 상승에 대한 일방적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축소는 ‘교각살우’ 될수도
현재 정부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 해외투자 비중 축소는 자칫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는 장기 수익률 제고와 분산투자라는 측면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이유에서다.
강 교수는 “국제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이 제시하듯, 투자 대상 자산과 지역을 확대할수록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낮아진다”면서 “물론 운용 주체가 자국 시장과 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자국편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보기술의 발전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으로 해외투자와 관련된 정보비대칭 문제는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봤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편향은 여전히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요국 연기금과 비교할 때 국민연금의 자국편향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앞으로도 해외투자를 확대할 필요성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환 헤지 정책, 연금 생애주기 고려해야
국민연금의 환 헤지 정책은 필수적이나 생애주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입장에서도 해외자산의 투자는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환 헤지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이어 “국민연금은 2007년 해외투자 환 헤지 정책을 도입한 이후 헤지 비율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다”면서 “이는 환 헤지의 비용과 효과를 감안할 때 환 헤지를 하지 않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대체로 부합하지만 해당 이론들은 자산 규모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적립기와 지급기라는 구조적 특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강 교수는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명확한 생애주기를 가지고 있으며, 적립기와 지급기에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정반대로 나타난다”면서 “적립기에는 해외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기금 감소 국면에서는 해외자산 매각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국민연금 환 헤지의 비용과 편익을 평가할 때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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