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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고1 때의 내신 실패를 2·3학년 때 만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고교 자퇴 뒤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에 응시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내신마저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이런 문제점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1 때의 성적을 2·3학년에 만회할 기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고교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를 유지키로 하면서 현행 9등급제를 5등급제로 ‘느슨하게’ 바꾸기로 했다. 학급 인원이 적어 1등급(4%) 산출이 어려운 학교가 2023년 기준 전국적으로 43곳에 달하는 데다 학령인구 감소로 이런 학교가 더 늘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내신 등급이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수능의 영향력은 고교학점제 시대에도 여전히 유지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부터 국어·수학·탐구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명실상부한 ‘문·이과 통합’ 수능을 도입한다. 현행 수능은 문·이과 통합을 표방했지만, 선택과목으로 사실상 이를 구분해 왔다.
내신 등급 완화로 외고·자사고에 대한 선호도는 상승할 전망이다. 일반고에 비해 성적 우수 학생이 많이 입학하는 외고·자사고의 경우 내신이 불리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내신 등급이 5등급제로 완화되면 이런 점이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종로학원이 전국 28개 외고의 2025학년도 지원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5522명 모집에 7673명이 지원, 1.39대 1의 경쟁률로 전년(1.32대 1)보다 상승했다. 지원자 수가 전년보다 409명(5.9%)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자사고는 같은 기간 지원자 수가 493명 감소하면서 경쟁률(1.33대 1)도 전년(1.37대 1) 대비 소폭 하락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고1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내신 부담이 완화되고 수능은 상대평가가 유지된다”며 “다만 의대 정원 등 2028학년도 대입이 어떻게 치러질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 주거지 기준으로 통학 편한 학교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로 인해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비용인 외고·자사고 학비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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