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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특공대의 酒첩]②'늦깎이 옥로주 장인' 정재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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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I 2017.04.15 11:04:22

정재식 예도주가 대표 2013년부터 제조
어머니 유민자 명인의 뜻 이어받아 시작
어려운 시절 딛고 옥로주의 부활 기다려

“인생은 짧고 마셔봐야 할 우리술은 많다”

‘우리술 전문가’ 이수진 술펀 대표와 프리랜서 김도연 PD와 의기투합했다. 이른바 ‘주막특공대’. ‘취함을 존중한다’(취존)는 누구네 얘기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취존 우리술을 찾아 떠난다. 증류식 소주부터 막걸리까지 맛있는 우리술이 있다면 전국 각지 어디든지 떠난다.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다년간의 양조장과 우리술을 체험한 이수진 술펀 대표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빚은 술이 맛도 좋다”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한방울 한방울 자식 같은 술을 만드는데 수많은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불순한 마음 가지곤 어림도 없다는 뜻이 아닐까.

유민자(왼쪽부터) 옥로주 명인과 유민자 명인의 남동생인 유재근씨, 정재식 예도주가 대표. 유재근씨 역시 어려서부터 가양주인 옥로주를 빚는 걸 곁눈질로 배워왔다. 지금은 누님인 유민자 명인의 명인 취득 20주년 옥로주를 함께 제작 중.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30평 남짓한 옥로주 양조장에서 만난 정재식(54) 예도주가 대표의 첫인상은 우리술만 빚는 장인보다는 통기타가 어울리는 낭만 예술가 같았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을 갓 넘긴 나이지만 정 대표의 눈은 아직도 20대 청년처럼 또랑또랑 빛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재식 대표는 2013년부터 옥로주를 만들기 시작한 늦깎이 우리술 전수자다. 정 대표는 “4년 전 용인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수 받기 시작해서 2014년부터 대부도에서 본격적으로 술을 내리고 있다”며 “어머니나 외삼촌이 빚은 술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전통식품 명인 10호인 유민자 명인의 아들인 정재식 대표는 옥로주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1998년부터 조선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국미술협회 판화분과 위원장을 맡을 만큼 미술계 자리를 잡았다. 그러던 그가 강단을 포기하고 2013년 예도주가를 설립했다. 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옥로주 명인의 길에 뛰어들었다.

옥로주 숙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정재식 대표. 옥로주는 최소 6개월에서 3년의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그가 예도주가를 설립하고 옥로주를 빚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 대표가 강단에 서있는 동안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어머니 유 명인은 무거운 부채에 시달렸다.

유민자 명인은 “문배주 같은 전통주가 잘 나가니깐 왕창 투자를 했지. 작은 규모에서 천천히 키워나갔어야 했는데 무리했어”면서 “건평만 120평에다 2만ℓ짜리 숙성고도 있었다. 거기에 직원 8명한테 모두 차를 주고 백화점, 면세점, 일본 수출을 담당시켰으니 어렵지”라고 말했다.

유 명인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술을 지키겠다며 강단까지 포기한 아들이 미안하고 고맙다. 그는 “프랑스 유학 가기 전에 아들이 공장 설계도 다 해줬는데 부도를 맞아서 안타깝다”면서 “아들이 공부를 해서 그런지 연구도 많이 해서 술맛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부도나기 전에만 해도 옥로주는 한해 설 매출로만 5억원을 올렸고, 추석에는 10억원 어치를 팔았다. 어렵사리 일본 수출길까지 뚫어 수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2000년 남북장관회담 당시에는 청와대 추춘관의 선택으로 우리술로는 유일하게 만찬주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정재식 대표는 옥로주를 단순한 술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현실 속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전통문화로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다. 내년 오픈을 목표로 체험장도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며 “술을 빚는 건 그림을 그리는 것과 똑같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옥로주 역시 그럴 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출시된 옥로주 제품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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