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4000억' 기준도 '제약'…환율, 제도·규율 재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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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하 기자I 2026.01.28 05:05: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①]
1400원 중후반대 원·달러 환율 안정화 위해선
정부 정책, 하나의 중장기 전략으로 제시해야
상황별 대응 나열식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사진=본인 제공)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근 원화 환율의 고공행진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외환당국의 거듭된 구두개입과 각종 안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2월 24일 원·달러 환율은 1484.9원으로 출발하며 시초가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개입이 나오자 환율은 일시적으로 급락했지만, 이러한 안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후 1월 중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환율 상승 흐름이 잠시 멈추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의 방향성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당국의 구두개입과 미국 측 발언은 단기적인 변동성 완화에는 기여했지만, 환율의 추세 자체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최근의 환율 불안이 단순한 심리적 동요나 일시적 이벤트의 결과라기보다, 외환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환경 변화가 누적된 결과임을 시사한다. 금리 환경의 변화, 자본 이동 구조의 변화, 연기금과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환율의 균형 수준 자체가 재조정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비해 외환정책과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사후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 요구되는 것은 단기 처방의 반복이 아니라, 변화한 환경에 부합하도록 제도와 규율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이는 외환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외환당국의 직접 개입을 둘러싼 논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시장이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해 암묵적인 ‘안전 기준’을 형성할 경우, 직접 개입은 오히려 정책 여력을 스스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근 시장에는 “한국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외환보유액이 최소 4천억 달러 이상은 돼야 안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실제로 개입에 활용 가능한 보유액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에서의 신뢰는 보유액의 절대 규모보다 정책에 대한 기대 형성과 일관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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