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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AI' 딥시크의 '스푸트니크'…시장에 불러온 충격은?

김상윤 기자I 2025.01.28 07:44:51

오픈AI '챗GPT'에 범접한 기능
저가 개발비에 AI 과잉투자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최근 내놓은 AI 모델이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를 뒤흔들었다. 딥시크의 가성비 좋은 AI모델 출현으로 강세장을 이끈 기술주들의 가치가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했다. 구글, 아마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는 AI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고가의 엔비디아칩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데, 더는 필요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된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15% 가량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무려 5890억달러(847조원)가 증발했다. 삼성전자 시총의 두배 이상에 달하는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의 시총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딥시크는 지난 20일,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R1’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가 작년 9월 출시한 추론AI모델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딥시크는 미국 AI업체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인 600만 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단 두 달 만에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딥시크가 개발 경과를 설명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챗GPT와 비슷한 성능의 ‘딥시크-V3’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친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H800 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 동안 빌린 비용으로 계산됐다. H800은 미국의 고성능 칩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가 H100 사양을 낮춰 출시한 칩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구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지속해 온 AI데이터센터 투자는 ‘과잉투자’가 될 수 있다.

벤처 투자가 마크 앤드리센은 소셜미디어 X에 “딥시크 R1은 내가 본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면서 “AI의 스푸트니크 모먼트”라고 평했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당시 소련(러시아)이 미국에 앞서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으로, 당시 미국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바 있다.

다음은 이날 미국 시장에서 나타난 딥시크의 주요 파장이다.

△엔비디아 주가 17% 하락: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급락. 시장가치는 5890억달러가 사라져, 미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하락폭 기록.

△나스닥 3.1% 하락 :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최대폭 하락. S&P500 1.5% 하락하며 지난 1월10일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냄.

△에너지·유틸리티 주식 급락: 전력공급업체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20.85%, 비스트라 에너지는 28.27%, GE버노바는 21.52% 폭락.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및 냉각장치 솔루션 기업 버티브 홀딩스 주가도 29.88% 급락.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핵분열 원자로 회사 오클로 26% 급락. 지난해 5월 이후 최대폭 하락

△오로라모바일 ADR(미국주식예탁증서) 급등: 중국의 모바일 빅데이터 솔루션 플랫폼인 오로라모바일 ADR은 141.68%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 이 회사는 자사의 AI 에이전트 플랫폼인 GPTBots.ai에 딥시크의 최신 대형언어모델인 딥시크 R1을 통합했다고 밝힌 게 호재. 마찬가치로 딥시크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마이크로클라우드 홀로그램의 주가는 8.4% 상승.

△미 국채금리 급락: 안전자산인 국채는 랠리를 펼치며 금리가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8.9bp(1bp=0.01%포인트) 빠진 4.534%까지 떨어졌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7.3bp 하락한 4.19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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