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부도확률(EDF)과의 동행성만을 두고 볼 때 크레딧 스프레드의 과소평가 국면이다. 상장기업 EDF는 0.211%로 장기평균 0.279%를 여전히 하회하지만 4월 0.152%를 저점으로 6개월간의 상승 추세다. 업종별로 건설, 조선, 증권사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EDF가 상승하며 시장 평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최근 EDF가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 0.192%을 돌파한 것에 반해 크레딧 스프레드는 작년 9월 10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10월 24일 기준 81.7bp) 당시 스프레드를 견인했던 한전채 및 은행채 수급 부담이 현재에도 어느정도 잔존함을 감안할 때 크레딧 스프레드가 (듀레이션 혹은 신용)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무게를 싣을 수 있다.
최근 기업 펀더멘탈에 대한 부담이 지속될 경우 크레딧 스프레드의 추가 확대가 개연적이다. 지난 2021년부터 높아진 조달금리가 기업 이자비용에 후행적으로 반영되고 있으며, 수익성 저하로 영업현금창출을 통한 기업의 부채 상환능력 저하가 가시화됐다. 저성장 및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전반적인 기업 펀더멘탈이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2024년 크레딧 스프레드의 하방경직성을 높일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금리인상기 후반부를 복기해볼 때, 금리 인하로의 기조 전환에 크레딧 이벤트가 선행됐던 사례를 관찰할 수 있다. 기업과 금융권의 자구책,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연착륙을 도모하고 있으나 우려는 해소되지 않은 채 내년으로 이연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청담 프리마호텔 부지 사업장에서 4640억원 규모 브릿지론 만기연장 실패로 PF 익스포저의 부실 우려가 재차 고조됐다. 선순위 대주단의 자금 회수 의지가 꺾이지 않을 경우 후순위 대주의 손실 확정은 불가피하다.
연간 70조원, 상반기 42조원의 회사채 만기도래로 연초 많은 기업이 발행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급 부담과 신용 경계감 속 우량물에 집중된 보수적인 투자가 기업별 금리 차별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에 매몰된 투자보단 산업과 개별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회사채 수요예측과 기관 투자 집행에 따른 짧은 연초효과를 누린 후 연내 크레딧 스프레드는 80bp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 채 확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긴축 장기화에 대한 경계로 금리 변동성이 지속되며 크레딧 투자에 손이 쉽게 나가기 어렵다. 하반기에는 안정된 물가, 저성장 확인으로 금리 인하 결정 시 크레딧 대비 국채 선호도가 높아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