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캄보디아 소녀에게 '각막이식'으로 희망 '선물'

이순용 기자I 2014.10.28 09:01:34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각막이식으로 인간사랑 실천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12살 캄보디아 소녀 메이린이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새로운 세상을 맞았다. 실명위기에 놓였던 메이린을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진권 안과 교수가 각막이식을 통해 시력을 되찾아준 것이다.

메이린이 처음 순천향을 찾은 것은 지난 9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귀여운 모습의 메이린은 왼쪽 눈이 4년 동안이나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암흑의 시간이었다.

8살에 이미 왼쪽 눈의 이상 신호를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에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 위해 전 재산인 오토바이를 팔아 베트남까지 갔지만 괜찮다는 소리만 듣고 돌아오기도 했다.

흐릿하게나마 보이던 메이린의 왼쪽 눈은 점차 각막혼탁이 오면서 눈 앞 손의 움직임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어 각막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메이린이 순천향에서 치료를 받기까지는 박정연 재외 기자와 숨은 공로자들이 있었다.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박정연 기자가 캄보디아 헤브론선교병원에서 작성한 소견서를 받아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연락을 취해왔고 또 재미동포 원석민씨와 그의 친구 박준원 변호사도 메이린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메이린의 눈 상태는 점점 악화돼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고 박정연 재외 기자는 이를 캐치해 8월 중순부터 순천향대병원 변동원 부원장과 캄보디아 소녀 메이린의 한국 입성을 빠르게 추진했다.

모두의 노력으로 9월 12일 메이린은 바라고 바라던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처음 진료를 본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정진권 교수는 “메이린의 눈이 하얗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8살 당시 감염성 각막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만일 조기에 치료가 이루어졌다면 시야를 가리는 각막혼탁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드디어 10월 8일 사용 가능한 각막이 미국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하루만에 각막을 받은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만반의 치료 준비를 마치고 10일 고대하던 각막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정진권 교수는 “각막이식 수술은 성공적이다”라고 짧게 말한 뒤 “어린 아이들의 각막이식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이 생길 수 있지만 수술 직후 상황이 아주 좋고 다행히 눈 속 신경이 살아 있어 한 달이 아직 지나지 않았지만 정상시력의 40%까지 회복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메이린은 치료경과를 봐서 3~5개월 후부터 순차적으로 실밥을 풀 예정이다.이후 번거로움이 있지만 거부반응이 생길 위험이 높은 케이스라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이제 메이린은 각막이식을 통해 희망을 찾게 됐다. 한국 의술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랑의 손길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서유성 순천향대서울병원장(왼쪽)과 정진권 안과 교수(오른쪽)가 각막이식 받은 메이린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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