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떨어진 한국형발사체 후속사업...과기계 섣부른 민간 전환 경계

강민구 기자I 2020.07.05 12:00:00

전 세계 우주개발 공공서 민간으로 전환 속도
정부, 10년간 한국형발사체 개발에만 약 2조원 투입
국내 산업체 역량 부족...시장 신중한 접근 필요성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형발사체 후속사업이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에 떨어져 본 발사 이후 계획이 없습니다. 지난 10여년 간 산업체와 함께 이뤄낸 기술력이 사라지고, 인재들이 이탈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조상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보증팀장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개발 진행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누리호 후속사업이 최근 예타에서 탈락한 것에 따른 것이다.

3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항공우주 사이언스미디어아카데미’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 민간 중심의 우주 개발 방식 변화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부족한 산업체 역량 제고를 위해 다방면의 발사 수요를 확보하고 민간 중심 우주 개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우주개발은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한국형발사체 개발도 지난 2010년 3월부터 약 2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해 진행해 왔다.

한국형발사체는 지난 2018년 시험비행을 마친 이후 올해 하반기 엔진 4기 묶음시험, 내년 2차례 본 발사를 앞두고 있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1.5톤급 저궤도 실용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송능력을 입증하게 된다.

조 팀장은 “올해 하반기엔 처음으로 75톤급 엔진 4기를 묶어 한국형발사체 1단부를 검증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추진기관 종합 시험, 비행모델 조립, 발사대 검증 작업 등을 마무리해 내년 2회 발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상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보증팀장(왼쪽)과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오른쪽)이 누리호 개발 현황과 우주발사체 시장 진입을 위한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기자협회>


하지만 이러한 개발방식과 달리 전 세계적인 우주개발 패러다임은 공공서 민간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최근 스페이스X가 만든 유인우주선이 발사에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우주개발도 이에 맞춰 민간 중심으로 전환해 산업체에게 우주 개발을 이관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국내서도 나온다.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고비용, 고성능 우주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를 촉진하고 경제적인 우주개발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발사체 분야에서도 재사용 로켓 사용에 따른 비용절감, 초소형·저비용 시스템의 연결을 무기로 소형위성을 연결한 우주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나 초소형 발사체 관련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만 파산하는 업체들이 나오는 등 경쟁의 이면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 우주시대 대응이 필요하나 섣부른 민간이전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 산업 생태계나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국가적 수요를 바탕으로 산업체를 키우면서 우주 개발의 근간이 되는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재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뉴스페이스에 따른 기회가 많아졌지만 90% 이상의 기업들이 사라질 정도로 위기적 요소도 존재한다”면서 “민간 중심의 초소형 발사체, 소형 발사체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도 한국형발사체 후속 사업을 통해 공공 분야 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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