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노란버스’ 하나로 연매출 200억…특허 무장하고 아이 지킨다

김세연 기자I 2025.11.23 12:00:00

통학용 안전 버스 제조 업체 ‘아이버스’
어린이 ‘안전’ 최우선 제작…자체 검사 시스템까지
어린이 하차 확인 장치 등 특허 9건 등록·2건 출원
“노인보호차량까지 사업 확대 검토 중”

[전주(전북)=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높이 2m를 훌쩍 넘는 노란색 대형 버스가 ‘우우웅’ 소리를 내더니 차체 오른쪽을 낮추기 시작한다. 버스 입구 높이를 낮춰 키가 작은 유치원생, 초등학생 아이들도 보조 계단 없이 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낮아진 입구를 통해 버스에 탑승해보니 무릎에 별다른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리가 아픈 어른에게도 도움이 될 법한 높이다.

차체 오른쪽 높이를 조정해 문 높이를 낮추는 버스가 있는가 하면 계단을 추가해 아이들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버스도 있다. 일반 버스보다 계단 개수를 늘려서 계단 높이를 낮게 조절했다.

지난 20일 방문한 전북 전주의 통학용 안전 버스 제조 업체 ‘아이버스’는 사명대로 ‘아이’를 위한 버스를 만든다. 완성차 업체에서 차량을 공급받은 후 통학버스로 전환한다.

강주일 아이버스 대표는 “예전에는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한 뒤에 통학버스로 튜닝하는 식이었다”며 “그렇게 하게 되면 화재 위험도 있고 안전성이 떨어진다. 정말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특허와 서비스를 개발한 통학버스 제작 전문 회사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일 전북 전주의 아이버스 부지에서 대형 전기 스쿨버스 기울기 검사를 시연하는 모습이다.(사진=김세연기자)
통학버스 제조부터 검사까지 ‘원스톱 시스템’

아이버스는 통학버스 제조부터 자체 안전 검사, 고객 제공,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췄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의 인증을 모두 받을 만큼 안전에 엄격하다. 아이버스는 이런 꼼꼼한 자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체 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검증 자격까지 취득했다.

이날 시연된 대형 버스 기울기 검사 현장에서는 자체 검사 시스템을 활용해 언덕이나 지형이 험한 곳에서도 안전한지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금방이라도 옆으로 넘어질 것 같지만 약 20도의 기울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버틴다. 강 대표는 “실제 검사 때는 이보다 더 기울어진 30도 각도에서 안전성을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에 대한 집착은 아이버스가 보유한 특허에서도 드러난다. 안전 관련 특허 9건을 등록했고 2건은 출원 중이다. 안전과 관련된 디자인 특허도 2건을 보유했다. 등록된 안전 기술 특허는 △어린이 하차 확인 장치 △통학버스 자동 제어 통합 시스템 △차량 내 잔류 인원 확인 장치 등이다. 해당 기술들 덕에 통학버스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승·하차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차량 안에 아이가 남겨져 질식사하는 등 안전사고도 예방한다.

아이들을 태우고 내려주는 지점에서 버스 경광등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기술도 자동화했다. 빨간불은 ‘아이들이 승·하차하고 있으니 일단 정지하고 출발하라’는 일종의 교통 표시다. 기존에는 운전하는 사람이 일일이 경광등 색을 바꿔야 했다.

아이버스는 처음 한 번만 승하차 지점 위치(GPS)를 등록해두면 자동으로 해당 구간에서 경광등 색을 바꿔준다. 50m 앞에서는 황색불, 정거장에 차가 멈추면 빨간불로 바꿔준다. 정거장은 100개까지 입력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닫을 때 정지 표시판을 펴고 접는 등의 부차적인 기술도 함께 탑재했다.

지난 20일 전북 전주의 아이버스 공장에서 강주일 아이버스 대표가 자사가 만든 통학차량을 선보이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유지 보수도 경쟁력…“향후 노인보호차량까지 제작할 것”

안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지 보수에도 신경 썼다. 아이버스는 고객이 자체적으로 고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고객은 통학버스와 연결된 앱으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앱 안내에 따라서 순서대로 버스 기능을 검사하면 된다.

만약 보조발판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거나 정지 표시판이 멋대로 작동한다면 바로 아이버스 고객센터로 연결할 수 있다.

강 대표는 “문제가 있는 경우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충전이 제대로 안 됐을 때 일어난다”며 “그래도 당장 고치지 않으면 아이들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원격으로 조정해서 바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전북 전주의 아이버스 공장에서 강주일 아이버스 대표가 장애인 탑승 장치를 보여주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이 같은 기술 덕에 아이버스는 연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207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강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그는 “어린이 통학버스는 법적으로 11년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사용연한이 다 된 중대형 통학버스가 내년에 공공부문에서만 900여대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수요를 잡아 내년에는 400억~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성장 방향에 대해서는 ‘노인보호차량’을 주 키워드로 꼽았다. 어린이 안전만큼 노인 안전도 중요하다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이에 자사가 보유한 어린이 안전 기술을 기반으로 요양원, 노인복지센터 차량 등 노인 보호 차량 수요도 잡겠다는 계획이다. 차량 안전 기술 수준을 더욱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R&D)도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라이더 카메라를 이용해서 차량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엑셀이 아예 안 밟히게 하거나 문이 열려 있으면 출발할 수 없는 기술 등도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 협력사(현재 20여곳)를 더욱 늘려 매출을 증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전북 전주의 아이버스 공장 인근에서 강주일 아이버스 대표가 자사의 통학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