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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고명곤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살찌게 만드는 주범인 ‘백색지방’을 태워 착한 지방세포인 ‘갈색 지방’으로 바꾸는 비만 치료법을 발견했다. 전북대 안정은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23일 공개됐다.
‘TET(Ten-eleven-translocation) 단백질을 억제하면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가 되고, 지방을 태우는 역할을 하는 갈색 지방세포는 더 활성화돼 비만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게 이번 연구팀(제1 저자 변성준 대학원생)의 최대 성과다. 지방조직에서 TET 단백질 발현이 억제된 생쥐는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체중 증가가 억제됐다.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 지방간 등 대사질환 지표 모두 좋아졌다.
연구팀은 TET 단백질이 어떻게 이 같은 효과를 보이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 냈다. TET 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효소와 직접 결합했다. 이어 이 효소를 베타 3 아드레날린 수용체 유전자 영역까지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비만 억제 효과를 보였다. 베타3 아드레날린은 뇌에서 내려온 신호를 전달해 지방세포가 영양분을 태워 열을 내도록 하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TET 단백질의 발현과 활성을 조절해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연구팀뿐 아니라 이번 연구를 지원한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UNIST은 갈색지방 세포를 활성화하거나 백색지방을 갈색지방 세포화 하는 방식의 비만 치료제 개발을 주목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고명곤 교수는 “TET 단백질의 작용 원리를 이용해 신체 에너지 소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비만·대사질환 치료 전략을 제시한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라며 “뇌 신경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소화 흡수를 방해하는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 개발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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