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첫번째 장면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만남이다. G7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의 회담은 행사 직전까지도 시간과 장소가 확정되지 못한 채 극적으로 성사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마저 불발되면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었던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구원투수’와도 같은 장면이었다.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일본 측의 배려가 묻어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는 전임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첫 만남과도 대비된다. 두 사람은 2022년 9월 유엔총회 계기 회동을 가졌지만 일본 측은 ‘정상회담’이 아닌 ‘간담회’로 격을 낮췄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만남이 성사된 모습 역시 편치 않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국제 정세가 자리한다. 미국이 ‘보호세’ 성격의 관세 정책을 펴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 ‘대미 관계’라는 공통 과제를 안게 됐다. 안보를 의존하면서도 경제적 실익을 챙겨야 하는 숙제를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한국이 경제력에서 일본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있다. 경제와 문화 면에서 한국은 일본과 대등하거나 일부에서는 앞서게 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은 한국을 파트너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도 한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과거 보수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때는 진보 진영의 반발로 추진력이 떨어졌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 벽을 넘지 못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일본에 양보를 먼저 내놓는 방식으로 접근했으나 국민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국내 여론만 악화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친일 이미지 강화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이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반일 이미지가 강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데 있어 ‘자기 부정의 균형’이 작동한다. 친일 프레임을 두려워하지 않고 협력의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를 뒤집지 않겠다고 밝혀 일본에 신뢰를 주면서도, 반일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지지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 총리가 언제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망언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한류 열풍과 동시에 재일동포를 향한 혐오가 커지는 양상도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라는 이중 변수를 안은 채, 현실적 협력과 과거사 문제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여수산단은 좀비 상태...못살리면 한국 산업 무너진다[only 이데일리]](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3/PS26031201409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