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논란이 다시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김중수 부산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문해력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총체적인 과정을 의미하며, 어휘의 양은 문해력의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어휘력이 풍부하더라도 문맥 파악 능력이 부족하면 중요한 의미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문해력 논란의 모든 초점이 ‘어휘력’에만 치우쳐진 상황이 잘못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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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어휘력 차이는 과거부터 있어왔다. 김 교수는 “지금 훈민정음에 있는 슈룹·러울 등 옛말을 왜 모르느냐 말하는 사람은 없다”며 “옛날부터 기성세대는 어린세대를 향해 어휘력이 부족하다 지적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40·50세대도 앞선 세대로부터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전용에 익숙해져 신문도 못 읽는다고 욕먹은 세대였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어휘력 차이는 사회 변화, 문화 차이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최근 어휘력 논란이 더욱 거세게 불거진 이유는 왜일까. 김 교수는 이를 ‘태도의 차이’ 때문으로 봤다. 젊은 세대가 모르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 탓에 문해력이 최근 더 낮아진 것처럼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젊은 세대들은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겉으로는 아는 척하고 넘어가더라도 뒤에 가서는 사전 등을 찾아보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부끄러움을 모른 채 ‘모르는데 어쩌라고’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며 “이같은 차이가 문해력 저하로 비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단 어린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김 교수는 “기성세대 역시 ‘요즘 어린애들은 이런 것도 모른다’며 어휘력 부재를 조롱하거나 웃음거리로 삼는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차이 탓에 젊은 세대에는 ‘굳이 어려운 단어를 쓰는 어른들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되고, 배우려는 의지를 잃게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기성세대가 더 친절하게 가르치고 대화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확실한 점은 부족한 독서량과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문해력 저하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짧고 즉각적인 ‘숏폼 콘텐츠’만 소비하는 경향으로 문장을 조합해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휘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필요한 어휘는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어휘력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문화가 달라지면 사용하는 어휘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어른들이 너그럽게 가르쳐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문해력 문제를 다룰 때, 어휘력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문맥 파악 등 총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어 뜻을 모두 알아도 문맥이나 발화 의도·관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해하고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면 사회 전체의 사고 수준이 낮아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