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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나 시계 이야기가 아니다. 운동화 얘기다. 금이나 은을 붙인 것도 아닌데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운동화라니, 무슨 일일까.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운영하는 서울 여의도동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자리한 ‘브그즈트랩(BGZT LAB)’에서 지난 10월 말 벌어진 일이다.
총 2243만원에 달하는 두 제품이 한번에 거래되는 일이 생겼다. 입이 떡하니 벌어지게 만든 두 제품의 이름은 ‘에어디올 하이’와 ‘에어디올 로우’. 지난해 최고 히트작으로 불린 이 운동화는 나이키와 디올의 합작품으로 유명세를 탔다. 한정판 추첨 방식으로 판매됐는데, 하이 모델 기준 출시가격은 각각 300만원과 270만원. 하지만 현재 3배 이상을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고객 한 분이 두 제품을 모두 구매했다”면서 “한정판 등의 이유로 몇 배에 달하는 가격에도 사려고 하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뜨는 ‘리셀테크’…번개장터, 올해 거래액 1조4000억
리셀테크란 되판다는 뜻의 영어단어인 리셀과 제테크를 합친 말이다. 희소성을 지닌 한정판 제품이나 소장가치가 있는 제품을 구입한 후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재테크 방식이다. 나이키 신발, 스타벅스 굿즈, 샤넬 백 등이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리셀테크는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들고 거액 투자가 어려운 MZ세대도 할 수 있다. 이에 수익이 적더라도 손해 비용이 적어서 펀드, 주식 등의 금융투자와 달리 진입 장벽이 낮은 편에 속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한정품이나 중고제품 등을 매매 할 수 있는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7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당근마켓·번개장터· 중고나라)의 올해 9월 기준 이용자 수는 1892만9448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1572만5553명과 비교해 약 20.3%(320만3895명)증가한 수치다. 국내 인구를 5000만으로 계산해보면 절반 못 미치는 인구가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단적으로 번개장터만 떼어내서 봐도 그렇다. 지난 2010년 중고거래를 시작한 번개장터는 올해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만 1644만명에 이른다. 올해 10월 기준 거래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하며 거래 건수 또한 약 1400만건을 기록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지난해 연령대별 거래 건수 비중을 보면 35세 미만이 67%며 35세 이상은 33%를 기록했다”면서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중고거래 활동이 늘고 있는 모습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리셀테크를 하려면 일단 스니커즈 등의 희귀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첫번째다. 이를 위해서는 ‘래플’이란 방식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래플은 추첨식 복권을 뜻하는 말로 적은 수의 상품을 많은 사람이 갖고 싶어할 때 응모를 받아 판매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국내에선 나이키, 아디다스, 무신사 등이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래플방식은 간단하다. 일단 회원 아이디 1개에 1회 응모할 수 있다. 로그인한 뒤 응모 정보를 작성하고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보통 카카오톡 등을 통해 당첨 여부를 통지해준다. 당첨자는 카카오톡으로 받은 구매 사이트에 접속해 제한된 시간 안에 결제를 완료하면 된다. 앞서 무신사와 넷플릭스가 할로윈데이를 기념해 오징어게임 상징이 된 초록색 체육복 456세트를 추첨을 통해 판매하는 래플 이벤트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래플을 통해 희귀 아이템을 구매했다면 판매할 플랫폼이 필요하다. 판매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번개장터,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의 중고장터가 한 축이다. 먼저 중고 장터의 경우 큰 장점은 수수료가 없고 사진 업로드나 판매과정이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품인지 우려하는 고객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 특히 번개장터는 접근성이 뛰어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를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브그즈트 랩’을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선보였다. 국내에 재고가 없거나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스니커즈를 직접 보고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이다. 또 신한금융으로부터 3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후 신한카드와 리셀 시장 진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은 네이버의 손자회사격인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 등이 있다. 전문 리셋 플랫폼을 표방하는 플랫폼들은 안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정품 증명이 쉬워 비교적 판매 과정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정품 증명까지 받아야 하는 과정이 있어 중고시장에서의 판매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편이다.
리셀 매매는 개인 간의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판매자 제품의 정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하고 해외직구 상품을 되팔 경우에는 밀수나 관세포탈로 적발될 수도 있으니 구매 및 매매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리셀테크를 두고 투자, 투기라는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여러 브랜드에서는 악용적 거래를 막기 위한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정판 운동화, 명품 시계를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 구매하고 매각 시 지분율만큼 수익을 나눠 갖는 ‘리셀 조각 투자’ 플랫폼을 도입시켜 상품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고 있다.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PIECE)는 명품 등 희소한 현물자산을 여러명이 공동투자한 뒤 소유권을 나눠 갖고 해당 자산의 가치가 상승했을 때 처분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법이다. 앞서 피스는 지난 4월 롤렉스 시계 11점으로 구성된 ‘PIECE 롤렉스 집합 1호’(이하 롤렉스 1호)를 선보였는데 30분만에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