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큰손’ 스트래티지, 평가손실 전환…비트코인에 ‘경고등’

이정훈 기자I 2026.02.01 12:46:11

비트코인 한때 7만5500달러대…스트래티지 매입단가 아래로
보유물량 모두 비담보 상태, 가격 하락에도 강제매도 압박 없어
82억달러 CB도 연장 또는 주식전환, 영구우선주 차환 가능해
다만 증시 내 증자 매력 저하로 비트코인 매입 재원 마련 제약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운용하고 있는 기관인 나스닥 상장사 스트래티지(Strategy)가 소유한 비트코인이 가격 급락으로 인해 평가손실 상태로 일시적으로 돌아섰다. 당장 회사의 전략에 큰 변화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 추가 매수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의장
1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간밤 한때 7만6000달러를 깨고 내려가 6만550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처럼 그동안 스트래티지가 사들였던 평균 매입 단가인 7만6037달러를 일시적으로 밑돌면서 스트래티지는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언더워터(underwater)’라고 불리는 평가손실 상태로 돌아섰다.

비트코인에 회사가 가진 자산과 현금을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라고 하는데, DAT는 기업이 회사 금고에 현금 대신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을 채워 넣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 전략이다. 이는 비트코인 등에 투자함으로써 향후 닥쳐 올 지 모르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한편 기업 가치와 주가 상승을 노리는 방식인데, 이처럼 평가손실이 난다는 건 전략의 실패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일시적인 비트코인 평가손실 상태가 스트래티지의 재무 상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며, 심지어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 부담이나 보유 비트코인의 강제 매도 위험도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스트래티지는 총 71만2647 BTC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물량은 전부 비담보(unencumbered) 상태다. 즉, 보유 중인 비트코인이 전혀 담보로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매입 단가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강제 매도에 내몰릴 위험은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특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 회사 장부에 있는 82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부채 규모가 커 보이긴 하지만, 운용상의 유연성은 높다. 스트래티지는 해당 CB의 만기를 연장(차환)할 수도 있고, 만기 도래 시점에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첫 CB 풋(상환 요구) 가능 시점은 2027년 3분기 이후다.

또한 다른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 예컨대 또 다른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인 스타라이브는 최근 영구 우선주(perpetual preferred shares) 같은 수단을 활용해 CB를 상환한 사례가 있다. 필요하다면 스트래티지도 보유하고 있는 CB를 영구우선주로 상환하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스트래티지는 이미 배당금 지급 재원으로 22억5000만달러의 현금을 재무상태표에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기존 보유 비트코인의 평가손실 상태가 길어질 경우 시장에서의 증자와 같은 신규 자금 조달이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비트코인 저가 매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시장에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역사적으로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매입 재원을 주로 ATM(At-the-Market) 방식의 신주 발행으로 마련해왔다. 이는 대규모 신주를 할인 발행하는 대신, 회사가 브로커에게 현재 시장가로 주식을 시장에 수시로 팔도록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하면 공개시장에서 분산 매도가 이뤄져 주가에 미치는 충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회사 주가가 mNAV(시장가치 대비 순자산가치 배수)-회사 시가총액이 보유 비트코인의 실시간 시장가치(순보유가치) 대비 얼마나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1배 이상이 돼 프리미엄 상태일 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주말 7만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스트래티지의 mNAV는 1배 아래로 내려가. 디스카운트 상태가 됐고 이는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제약할 수 있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가격이 스트래티지의 평간 매입 단가 아래로 내려간 것이 곧 회사의 위기라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그보다는 주주 희석을 크게 늘리지 않고 비트코인 보유량을 확대하는 능력이 둔화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22년에도 스트래티지 주식이 연중 대부분 기간 동안 보유 비트코인 가치보다 낮게 거래됐고, 그 때 회사가 추가로 매입한 비트코인은 약 1만 BTC에 그쳤다. 또 “회사가 이 때문에 당장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당분간 비트코인이 이 수준에 머물거나 추가로 하락한다면 주가가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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