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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웨이브, 티빙, 넷플릭스 등 OTT는 전파가 아닌 범용 인터넷망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송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OTT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방송이 아닌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서비스’로 해석되기 때문에 방송법에 따른 엄격한 심의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OTT 콘텐츠는 영상물등급위원회 또는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따른 자체 심의기준(단,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된 자에 한한다.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티빙, 쿠팡플레이, 왓챠, 애플티비 등 대부분의 유명 OTT 플랫폼들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돼 있다)에 따라 시청 등급만 분류되면 별도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유통될 수 있다.
이에 비해, 방송은 매우 구체적인 심의기준에 따라 규제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는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행위를 방송할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7조는 예의에 어긋나는 반말, 욕설 사용을 제한하며, 성적 언행 및 신체 촬영, 신체 노출을 비롯해 생리작용이나 동물사체 등의 과도한 노출 등의 표현에도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정들은 OTT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동일한 표현이라도 공영 방송 등에서는 제재 대상이 되지만, OTT에서는 그대로 송출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규제 관련 비대칭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OTT의 자극적인 표현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방송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일한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그것이 방송을 통해 송출되는지, 혹은 OTT 플랫폼에서 송출되는지 여부에 따라 규제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방송 제작사들이 OTT용 콘텐츠로 전환하거나, 규제를 피하기 위해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우선 공급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OTT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이유는 창작의 자유 보장과 산업 발전 촉진이라는 정책적 판단에서 기인한다. OTT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서 자율성과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자율규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넓히고, 이용자 선택권에 맡기는 방향이 현재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무규제 상태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OTT는 청소년 보호 조치를 해태하거나, 시청 연령 기준과 콘텐츠 수위를 일치시키지 않는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사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문제를 인지하여 조치를 취하더라도, 등급 조정이나 영상정보 수정 등의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시청자 민원이나 문제 제기가 있더라도 OTT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로 이어지기 어렵다. 서비스 이용자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과 OTT는 각기 다른 기술 기반과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완전히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나친 차이는 결국 시장 왜곡과 시청자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OTT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OTT 역시 일정 수준의 공적 책임을 부담할 필요가 있으며, 규제 형평성의 관점에서 법 제도의 정비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콘텐츠의 자유로운 창작을 존중하되, 최소한의 사회적 기준은 준수될 수 있도록 하는 균형 잡힌 규제가 필요하다.
■장현지 변호사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영국 옥스퍼드대 미술사 석사 △대림문화재단 대림미술관/디뮤지엄 큐레이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11회 △(현)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