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3시간 정도 장거리를 이동한 뒤에 숙소에서 구토를 했더라고요”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직장인 이모(25)씨는 지난 명절 반려견 ‘똘’과 떠난 여행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던 이씨의 반려견은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잠을 못 자고 힘들어했다. 이씨는 “사료에도 흥미를 안 보이고 구토까지 한 것을 보고 이번 명절에는 장거리 이동을 안 하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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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민정(34)씨는 이번 추석에 8살 강아지 ‘체리’를 위해 친척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 명절에 체리가 친척 어른들에게 전과 떡을 얻어먹고 한동안 아팠기 때문이다. 당시 체리는 연휴가 끝난 뒤에도 설사를 하고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김씨는 “어른들이 모르고 음식을 주셨는데 체리가 너무 아파서 이번에는 집에서 강아지를 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나 김씨와 같은 처지의 보호자들 때문에 명절 직후 동물병원은 평소보다 더 바쁘다. 서울 종로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박정윤 원장(수의사)은 “명절 후 내원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구토, 장염, 설사, 췌장염”이라며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거나 장거리 이동으로 멀미를 해 응급 진료를 받는 반려견이 많다”고 말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명절 환경도 동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직장인 강동희(23)씨 반려견 ‘낭콩’이도 지난 명절 후 한동안 우울해했다고 한다. 강씨는 “낭콩이는 사람을 엄청 좋아하고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가야 할 정도로 기운이 넘치는데, 지난 명절 이후에는 한동안 산책도 안 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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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호자와 가족의 주의와 돌봄이 필요하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아무리 가족이라도 낯선 사람이라면 반려견은 낯을 가리거나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친밀감을 먼저 쌓아야 한다”며 “(반려견이) 예쁘다고 해서 아무 음식이나 주기보다는 먹어도 되는지 보호자와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보호자는 반려동물이 갑자기 낯선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평소에도 장거리 이동 등 적응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