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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의 4년, 한은의 변화·혁신 이끌어
한은 총재의 임기는 4년으로 지난 2022년 4월 21일 취임한 이창용 총재의 임기는 오는 4월 20일 종료된다. 이 총재의 임기 동안 한은은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한은 본연의 역할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양대 목표를 달성하기에 대내외적으로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공급망 교란에 더해 각국이 실시한 경기 부양책으로 대규모 유동성이 풀리면서 물가가 치솟았고,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했다. 이후 물가 상승률이 안정된 이후엔 경기 부양과 외환·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대변되는 금융안정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내리는 과정이 있었다. 금리 인상기와 동결기, 인하기가 모두 이 총재 임기 중에 있었다.
한은 내부적으로 보면 ‘구조개혁 보고서’를 빼놓을 수 없다. △농산물 수입 개방 △외국인 노동자 활용 방안 △대입 지역별 비례 선발제 도입 △고령층 계속 근로 방안 등 우리 사회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경제학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정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내놓고 공론화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이 총재의 소신이 작용한 결과다. 이전까지는 거시 경제를 두루 봐야 하지만 한은의 특성상 내부 공유에 그쳤던 한은의 연구 보고서 중 다수가 외부에 공개된 것도 이 총재가 앞장서면서 생긴 변화다.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상흔을 남긴 비상계엄 국면에서는 이창용 총재의 공과 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하버드대와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걸쳐 두터운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이 총재는 비상계엄이 돌발적인 정치 변수이며,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가 건재하고 경제는 정상적으로 굴러갈 것이라는 점을 대외에 알리는 소통 창구였다. 다만, 최상목 전 경제 부총리의 탄핵이 거론되는 국면에서 최 전 부총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계엄 세력을 지지했다는 정치적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 총재에 대한 평가는 나뉘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쪽이 더 많다. 한은 노조가 이 총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조합원(1170명 참여)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정책에 대한 긍정(보통 이상) 응답은 각각 86%, 87%였다, 한은이 제시한 구조개혁 논의에 대한 긍정 평가는 87%, 전체적인 정책 실적에 대해서는 96%가 보통 이상의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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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한차례 연임 가능…김성환·이주열 총재 8년간 재임
한은법 33조에 따라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이창용 총재의 전임자였던 이주열 전 총재가 직전 연임 사례다. 이 전 총재는 김성환(1970~1978년) 전 총재 이후 44년 만의 연임 사례였다. 1998년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을 맡아 ‘한은 독립’이 이뤄진 이후로는 첫 한은 총재 연임이었다. 그전까지는 ‘기획재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릴 정도로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이주열 전 총재의 연임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존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되기도 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통화정책의 안정성을 위해 중앙은행 수장이 오래 재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념이 다른 두 정권에 걸친 연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이주열 전 총재는 문재인 정부에서 연임이 결정됐다.
이창용 총재의 연임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이주열 전 총재의 사례가 거론되는 점도 이 대목이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중앙은행 수장도 바뀔 가능성이 크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실력 있는 인사를 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던 시기에 양 정부의 협의 하에 임명이 결정됐고, 현재는 다시 민주당 출신의 이재명 정부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이 총재 간 친분도 이 총재 연임 가능성이 힘을 보태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총재가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으로 일할 때 현지에서 워시 전 이사와 자주 만났고 총재가 된 후에도 미국 출장 때 여러 차례 교류했다. 이 총재 취임 후에 한은에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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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현송 국장 급부상…녹록지 않은 대내외 여건
한은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의 연임보단 교체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진 상황이다. 현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한은 내·외부 출신 모두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국제 경제·금융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다. 원·달러 환율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각국의 통화정책이 차별화하는 가운데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연준 의장도 교체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등 대외 리스크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가장 유력하게 부상하는 인물은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경제보좌관 겸 통화정책국장)다. 신 국장은 금융위기 이론 및 금융시스템 안정성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졸업한 이후 옥스퍼드대와 런던정경대(LSE)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부터 미국 프린스턴대로 자리를 옮겼다. 프린스턴대로 자리를 옮긴 해 9월 IMF 연차총회에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견하면서 국제 금융계 권위자로 명성을 떨쳤다.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냈고, 동양인 최초의 BIS 경제자문역 등을 역임했다.
그밖에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 모두 국제 경험이 풍부한 거시 경제 전문가들이다. 외부인사로는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내부 출신으로는 이승헌 전 부총재와 서영경 전 금통위원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김용범 대통령실비서실(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도 언급되지만, 자칫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한은 관계자는 “차기 총재는 한국 경제의 위상과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으로 정책을 조율해 나갈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면서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인사는 “지난 4년보다 앞으로 4년이 중요할 수 있다”며 “국가 위상에 걸맞은 총재가 선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