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선 아무때나 세탁기 돌리면 전기료 폭탄…시간대별 요금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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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기자I 2026.02.03 05:07:00

[만났습니다]윤순진 초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②
"태양광·풍력 간헐적 특성 인정하고,
이에 맞춘 수요 측면 변화 유도해야"
"현 체제론 효율·유연성 확보에 한계,
시장개편으로 수요-공급 리듬 맞춰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에선 여유가 있을 때 세탁기를 돌리지만, 프랑스에서 그렇게 하다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시간대별로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조건 요금이 쌀 때 세탁기를 돌립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2050탄소중립녹색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최근 서울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기를 필요할 때 24시간 쓸 수 있는 삶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기는 저장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다는 특성 때문이 전력 당국이 실시간 전력 수요 변화에 따라 발전(공급)량을 늘렸다 줄이는 방식으로 수급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 중립 시대에 접어들며 현 체제를 제약 없이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게 윤 원장의 설명이다.

전력 당국이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석탄발전소와 같은 화력발전소는 문을 닫고 태양광과 풍력처럼 발전량이 일정치 않은 재생에너지가 이를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는 생소한 시간대별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윤 원장이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원장은 “(국가별로) 속도 차이는 있지만 재생에너지가 ‘된다, 안 된다’를 얘기하는 시점은 이미 지났다”며 “우리는 이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란 특성을 인정하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여기에 맞춰갈지를 고민할 때”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이미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낮 시간에만 발전하는 태양광 확대에 따라 낮 시간 산업용 전기 요금을 낮추고 화력발전과 원전을 주로 쓰는 밤 시간 요금을 높이는 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태양광 공급이 과잉되면 대규모 정전과 같은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 이 시간대 전력을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다만, 아직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상가, 농가 등의 전기 요금은 24시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전체 전력 수요의 약 절반은 공급량 조절 부담을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시간과 계절과 관계 없이 마음껏 전기를 쓰는 셈이다.

공급을 조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일정 시간대에는 전기가 남아 버려지고, 또 다른 시간대에는 전기가 부족한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전력저장장치(BESS)나 양수발전 같은 전력 저장 인프라를 설치하고 있지만, 유럽처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0%(현재 약 10%)에 육박하게 된다면 이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윤 원장의 생각이다. 윤 원장은 “재생에너지 시대에 24시간 똑같은 전기 요금을 내는 것은 비합리적인 상황”이라며 “시간제별 요금제 확대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전력시장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수라고도 강조했다. 현 전기요금 체계는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사실상 독점적인 전기 판매기업으로 산업·주택·일반(상업)·농업 등 용도별 요금제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윤 원장은 공기업이 독점하는 현 체재론 재생에너지 시대에 맞는 효율성과 유연성 확보와 공정한 룰 마련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와 바람은 우리 마음대로 만들거나 조절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맞는 전력시장의 미래 모습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전기 판매시장에 더 많은 ‘행위자’가 진입한다면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수요반응 자원 관리 기술 등이 새로이 생겨나고 더 정확한 가격 신호로 수요-공급 리듬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는 우리 삶의 필수 에너지원이지만 무한한 공공재가 아니라 자원 투입이 필요한 사적 재화”라며 “누구나 쓰고 싶을 때, 사용할 양을 충분히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되새길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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