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에르도안과 정상회담…흑해곡물협정 재개 논의

김겨레 기자I 2023.09.03 14:52:21

러시아·튀르키예, 4일 러시아 소치서 정상회담
'러 은행·자산 제재 일부 해제' 유엔 제안 논의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오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은 유엔이 제안한 흑해곡물협정 재개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레제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2일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을 인용해 유엔이 흑해곡물협정 재개를 위해 러시아 은행과 자산에 가해진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튀르키예와 함께 이러한 안을 마련하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을 통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아나돌루통신은 전했다.

유엔 제안의 내용은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 로셀호즈뱅크의 유럽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 시스템에 포함하고, 유럽에서 자산이 동결된 러시아 비료 회사에 대한 제재를 일부 해제하자는 것이다. 유엔이 사실상 러시아의 주요 요구조건을 받아들인 셈이다.

지난해 7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탈퇴 이후 푸틴 대통령과 튀르키예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하칸 피단 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곡물협정 재개에 대해 논의했다. 쇼이구 장관은 협정 중단은 러시아 탓이 아니며, 러시아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협정을 재개할 수 있다고 재차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4일 정상회담에서 유엔의 제안에 동의하더라도 관련 내용이 즉시 이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유엔 외교 관계자는 타스통신에 “유엔과 튀르키예가 독자적으로 러시아 농업은행의 자회사를 SWIFT에 연결할 순 없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게다가 이 제안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가능하게 한 합의다.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성사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서방이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수출을 막는다며 1년 만에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했다. 이후 러시아는 흑해를 통해 선박이 오갈 경우 곡물 운반선 여부에 상관없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간주하고 해당 선박을 폭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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