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대 후반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이 이공계 진로인 개발자를 준비하는 건 도박과도 같았다. 과연 ‘평생 문과생’이 ‘평생 이과생’과의 취업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무엇보다 코딩 학원 수강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밟아나가야 해 취업 준비 비용이나 시간 부담이 컸다.
2019년 준비를 시작한 김씨는 이듬해 여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할 수 있었다. 수학으로 치면 ‘덧셈·뺄셈’ 수준의 기초적인 코딩 문제도 못 풀던 김씨가 불과 1년 만에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불리는 인기 IT(정보기술) 기업 개발자로 취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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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이처럼 개발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이 SW 인재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한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가 있었다. 김씨는 2019년 여름부터 받은 1600시간 집중 교육과 매월 100만원의 교육 지원금으로 학원 비용과 아르바이트 고민 없이 개발자의 꿈을 실현하는 데만 몰두할 수 있었다.
최근 개발자를 꿈꾸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SSAFY엔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관련 전공자는 물론, 김씨와 같이 섣불리 나서기 힘든 비전공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다.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지만 SSAFY를 위해 재수·삼수까지 하는 학생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SSAFY는 삼성전자(005930)가 2018년 12월 시작한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SW 분야를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2019년 8월 SSAFY 광주캠퍼스를 직접 방문해 챙길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삼성의 노력은 실제로 결실을 보고 있다. 4기까지의 수료생 2087명 중 1579명이 취업해 76%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특히 취업자의 30%가량은 김씨와 같은 비전공자다. 수료생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쿠팡, 현대자동차, 은행 등 500여개 기업에 취업했다.
◇대학 전공 2년 치를 1학기 안에…현업과 같은 환경 제공
수료생들은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SSAFY의 장점으로 꼽는다. SSAFY 교육은 서울대·KAIST를 비롯한 국내 유수 교수진의 자문을 받아 꾸려진다. 1학기엔 △코딩 트랙 △임베디드 트랙 △모바일 트랙으로 나눠 5개월간 800시간가량의 집중 코딩 교육을 진행, 대학 전공자의 2년 치 학습량을 소화한다. 다소 벅차 보이지만 비전공자들에게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는 게 수료생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교육은 이미 대학에서 관련 공부를 했던 전공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실제 SSAFY 교육생의 70%는 전공자다. IBK기업은행 IT부문 취업에 성공한 공지원(26)씨는 “전공자 입장에서도 SSAFY 강의는 웬만한 대학 전공 강의보다 우수하다고 느껴진다”며 “오히려 대학생 때 충분히 다지지 못했던 기본기를 더 탄탄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실제 기업에서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2학기 심화과정은 SSAFY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카카오에서 카카오맵 서비스 개발자로 일하는 김씨는 “SSAFY가 제공한 업무 환경은 현업과 90% 정도 같다”며 “현업에선 지라(Jira)와 같은 프로젝트 관리 툴을 통해 협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미리 배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1인당 연 100만원씩 지원금…“오로지 취업에만 집중”
수료생들이 무엇보다도 큰 도움이 됐다고 꼽는 부분은 바로 교육지원금이다. 삼성전자는 SSAFY 교육생들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원한다. 공씨는 “교통비·식비와 각종 취업 준비 비용을 전혀 고민할 필요 없이 학습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게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7월 시작하는 6기 교육생을 950명 선발했고, 내년부터는 규모를 기수당 약 1150명으로 확대해 연간 2300명 수준으로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다. 최근 부산에 개소한 ‘부울경 캠퍼스’를 비롯해 전국 5개 캠퍼스를 운영 중이지만 다른 지역에도 교육 시설 추가를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SAFY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진로를 열어주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기업들에는 양질의 인력을 제공한다”며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교육 인원을 확대하는 등 더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