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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30년 만에 3%·美 4.8%…전세계 국채금리 왜 치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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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02 04: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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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0년물 3% 돌파…英·獨도 수십년래 최고
美 10년물 4.8% 육박…글로벌 국채 동반 투매
이란전쟁·재정적자·AI 회사채 '복합 충격'
"글로벌 국채 재평가"…고금리 장기화 우려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전 세계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국 국채가 일제히 매도되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붙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주요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증가,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 급증,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 종료 등 구조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 유로, 달러 등 주요국 화폐들 (사진=로이터)
엔, 유로, 달러 등 주요국 화폐들 (사진=로이터)
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주요국 국채금리는 일제히 뛰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798%까지 올라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도 5.27% 안팎까지 상승했다.

일본에서는 상징적인 기록이 나왔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돌파한 것은 1996년 이후 30년 만이다.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25%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물은 5.9%에 육박하며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독일 10년물 역시 3.35% 안팎으로 올라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번 글로벌 국채 투매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중동에서 당겨졌다. 미국과 이란이 한 달여 만에 다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고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다시 밀어올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매도를 자극했다.

하지만 유가만으로 최근의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채권시장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주요국의 재정 악화와 급증하는 채권 공급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최근 40조달러(약 5경4976조원)를 넘어섰고 주요 선진국에서도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계속 국채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은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주요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털렛 프레본·WSJ)
주요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털렛 프레본·WSJ)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쟁까지 겹쳤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미국 빅테크들이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5개 대형 기술기업이 올해 발행한 채권은 2200억달러로 지난해 전체의 두 배를 넘어섰다. AI 투자 붐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회사채 발행 규모는 4조9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채권시장에서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특히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단순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랜시스 청 OCBC 외환·금리 전략 책임자는 유럽과 영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영향이 큰 반면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실질금리 상승의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 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장기간 보유하기 위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변화도 글로벌 채권시장에는 중요한 변수다. 일본은 수십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세계 채권시장의 저금리 ‘앵커’(닻) 역할을 해왔다. 낮은 국내 금리를 피해 미국과 유럽, 호주 등의 채권에 투자했던 일본 자금은 글로벌 채권시장의 주요 수요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까지 오르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환율 위험까지 감수하며 해외채권을 사야 할 유인은 줄어들 수 있다.

프라샨트 뉴나하 TD증권 수석 금리전략가는 이를 “진정한 체제 변화(regime change)”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국채는 오랫동안 글로벌 채권시장의 앵커였지만 이제 상황이 뒤집혔다”며 일본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이 자국 자산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LSEG·로이터)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LSEG·로이터)
문제는 국채금리 상승이 정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기업대출 등 경제 전반의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이미 1년 만의 최고인 6.7%에 근접했다. 높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가계 소비와 주택시장, 기업투자를 압박해 결국 경제성장까지 둔화시킬 수 있다.

주식시장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주식의 매력은 떨어진다. 데릭 할페니 MUFG 글로벌시장 리서치 유럽 책임자는 현재 시장이 이미 “위험 구간(danger zone)”에 들어섰다며 금리가 더 오를수록 주식시장이 급격히 조정받을 위험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아직 시장이 금융위기 당시처럼 무질서한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벤 키젬척 웰링턴-알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상황을 “글로벌 국채의 재평가(global repricing of sovereign debt)”라고 표현했다. 각국의 막대한 부채와 높아진 물가,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을 반영해 투자자들이 국채에 요구하는 수익률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다시 내려간다면 단기적으로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 AI 투자에 따른 회사채 발행, 일본의 금리 정상화 등 구조적인 요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미힐 투커 ING 수석 금리 애널리스트는 현재 금리 상승 흐름을 쉽게 되돌릴 방법이 없다며 “누가 이 거래의 반대편에 서서 금리 하락에 베팅할 것인지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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