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는 상징적인 기록이 나왔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돌파한 것은 1996년 이후 30년 만이다.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25%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물은 5.9%에 육박하며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독일 10년물 역시 3.35% 안팎으로 올라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번 글로벌 국채 투매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중동에서 당겨졌다. 미국과 이란이 한 달여 만에 다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고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다시 밀어올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매도를 자극했다.
하지만 유가만으로 최근의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채권시장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주요국의 재정 악화와 급증하는 채권 공급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최근 40조달러(약 5경4976조원)를 넘어섰고 주요 선진국에서도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계속 국채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은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
미국에서는 특히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단순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랜시스 청 OCBC 외환·금리 전략 책임자는 유럽과 영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영향이 큰 반면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실질금리 상승의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 등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장기간 보유하기 위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변화도 글로벌 채권시장에는 중요한 변수다. 일본은 수십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세계 채권시장의 저금리 ‘앵커’(닻) 역할을 해왔다. 낮은 국내 금리를 피해 미국과 유럽, 호주 등의 채권에 투자했던 일본 자금은 글로벌 채권시장의 주요 수요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3%까지 오르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환율 위험까지 감수하며 해외채권을 사야 할 유인은 줄어들 수 있다.
프라샨트 뉴나하 TD증권 수석 금리전략가는 이를 “진정한 체제 변화(regime change)”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국채는 오랫동안 글로벌 채권시장의 앵커였지만 이제 상황이 뒤집혔다”며 일본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이 자국 자산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
주식시장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주식의 매력은 떨어진다. 데릭 할페니 MUFG 글로벌시장 리서치 유럽 책임자는 현재 시장이 이미 “위험 구간(danger zone)”에 들어섰다며 금리가 더 오를수록 주식시장이 급격히 조정받을 위험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아직 시장이 금융위기 당시처럼 무질서한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벤 키젬척 웰링턴-알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상황을 “글로벌 국채의 재평가(global repricing of sovereign debt)”라고 표현했다. 각국의 막대한 부채와 높아진 물가,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을 반영해 투자자들이 국채에 요구하는 수익률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다시 내려간다면 단기적으로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 AI 투자에 따른 회사채 발행, 일본의 금리 정상화 등 구조적인 요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미힐 투커 ING 수석 금리 애널리스트는 현재 금리 상승 흐름을 쉽게 되돌릴 방법이 없다며 “누가 이 거래의 반대편에 서서 금리 하락에 베팅할 것인지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김무성 “박근혜, 이명박과 만나고 유승민과도 화해해야” [특별인터뷰]](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0200191t.jpg)
![[단독]“최고층동 10% 내외로만”…市 가이드라인에 목동 재건축 '고심'](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200085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