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윤 대통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혐의를 입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죠. 일단 검찰 등 수사기관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수사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의 수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한 만큼 위헌 여부 판단에 이 기록이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증거 채택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의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위헌 의심을 받을 만한 정황이 상당수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군 주요 인사들과 계엄을 모의한 과정, 비상계엄 선포 직전 및 실행 과정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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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 임명 후 주요 군 지휘관들과 사전 모의를 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4월 군 수뇌부와의 만남 과정에서 시국을 걱정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고, 5~6월엔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8월에도 주요 정치인을 언급하며 ‘현재 사법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므로, 비상조치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계엄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죠. 여기에 11월부터는 보격적으로 계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11월 9일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및 군 수뇌부의 식사 자리를 시작으로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계엄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미리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2월 1일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 등 구체적인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12월 3일 저녁, 많은 국민이 TV 등 미디어를 통해 본 ‘정치활동 금지 및 언론 통제’ 등 내용의 포고문 발표와 군 부대의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 등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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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찰은 조 청장 등의 지시에 따라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하는 조치를 했습니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23시30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3분, 즉 포고령 발표 무렵부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직전 사이 조 전 청장에게 총 6차례에 걸쳐 전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죠. 이때 윤 대통령은 조 전 청장에게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군의 국회 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죠. 그럼에도 국회의원의 수가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 정족수에 가까워지자 재차 ‘아직도 못 갔냐. 뭐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습니다.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후에도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죠. 이 밖에도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등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상세하게 적시됐습니다.
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지시를 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는데요. 윤 대통령은 국정원 1차장에게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선관위 관계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하려한 사실에도 윤 대통령이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국회의원과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체포?구금 등으로 강압함으로써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의회제도를 부인하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정당을 장악하고 전산자료를 무단으로 확보하고, 영장주의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기능을 소멸시킬 목적, 즉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모의 및 준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공소장에 적힌 내용은 검찰이 관계자를 수사한 내용에 기반한 주장일뿐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혐의는 법원 판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겠죠.
현재 윤 대통령 측은 위헌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7일 탄핵심판 두번째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세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한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