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50만원 줘도 싫대요” 떠나는 청년들…멈춰버린 폐기물 집게차

이로원 기자I 2024.11.19 06:18:58

‘3D업종’ 인식에 내국인 취업 꺼려
운전기사 부족으로 매년 운휴차량 증가
고령화 심각…외국인 고용허가 무용지물
전국 재활용 시스템 자체 마비 우려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업종이라는 인식에 폐지와 폐고철,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을 수거할 집게차 운전기사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외국인 고용을 허가했지만 업무를 한정하는 바람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18일 폐기물 수집업자들이 모인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은 지난해 일부 회원사들의 폐기물 집게차 438대를 조사한 결과 44대(10%)가 운전기사 부족으로 운휴 중이었다고 밝혔다. 운휴 중인 차량은 매년 빠르게 늘어난다고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전국의 집게차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운전기사 부족으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집게차 운전기사는 주업무가 ‘차량 운행’이다. 쓰레기를 직접 만질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3D 업종이라는 외부 인식에 청년은 물론이고 내국인 취업 자체가 드물다. 신규 인력유입이 적으니 기존 운전기사들에 의존해야 해 노령화는 심해진다. 집게차 운전기사 중 20~40대의 비중은 9.4%다. 50대가 55.8%, 60대 이상은 35.8%다.

운전기사는 평균 월급이 350만~400만원으로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월 450만원을 준다 해도 폐기물 관련업 자체가 싫다며 손사래부터 친다”고 호소했다.

기존 운전기사들마저 업계를 떠나면 전국의 재활용 시스템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게차 운전기사는 자원 재활용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들이다. 전국의 아파트와 물류센터, 고물상 등에서 폐기물을 집게차로 압축업자, 재활용선별장으로 운반하지 않으면 최종 제지, 석유화학, 시멘트 등 산업들이 자원을 재활용하지 못한다.

정부도 인력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해 지난해 E-9(비전문취업) 비자 외국인들의 고용을 허가했으나 폐기물의 선별, 상하차 작업만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집게차의 운행은 운전과 교통질서의 이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므로 외국인 고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폐기물 수거업계는 오전 7시쯤의 매우 이른 시간에 일정한 경로를 반복하는 집게차 운전의 업무 특성상 안전사고의 위험은 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 관계자는 “H-2(조선족 등 해외동포) 비자 외국인의 운전기사 고용은 허용됐지만 이들도 연령대가 높고 청년층은 유입되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며 “E-9 비자 외국인이 국제면허를 갖고 있다면 업무를 한정하지 말고 집게차 운전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지금의 재활용 시스템을 유지하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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