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금융위원회가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백지화하고 그 기능을 유암코에 넘기는 방안을 내달 발표키로 하면서 자본금 출자 부담이 줄어든 은행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유암코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신용도가 높을 뿐 아니라 구조조정 전문인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암코식 구조조정이 잘 정착될 것인지에 대해선 은행권 대부분이 회의적인 반응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은행이 보유한 구조조정 기업의 채권을 유암코에 팔게 되는데 유암코가 구조조정 채권의 유일한 수요자이기 때문에 헐값에 채권을 넘기게 되지 않을까란 우려가 크다. 채권이 팔려 유암코로 채권단이 단일화된다고 해도 기업이 제대로 회생할지 역시 의문이다. 유암코의 대표적인 구조조정 사례로 꼽히는 제지업체 `세하` 역시 겉으로만 워크아웃을 졸업했을 뿐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은행들의 출자금 부담이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다.
① 구조조정 채권의 유일한 수요자 유암코..가격 형성에 절대적
금융위원회가 구상한 유암코식 구조조정의 가장 큰 핵심은 구조조정 중이거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은 기업 채권에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는 구조조정 채권에 대한 가격이 없었는데 유암코를 통해 한 두 건씩 가격이 형성되면 구조조정 채권에 관심 있는 사모펀드들도 참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가격 형성이 제대로 될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암코는 은행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낮은 가격에 사려고 하고, 은행들은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할 것이다. 시장에서 가격 형성이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기업 채권을 매각하려는 곳은 여러 곳이지만, 이를 받아주는 곳은 유암코가 유일하기 때문에 가격 형성에서 유암코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채권을 반대매수청구를 통해 청산가치에 파느니 유암코에 팔면 그보다 좀 더 나은 가격에 팔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김두일 유암코 이사는 “유암코는 2010년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기업 100여개의 채권을 6개 주주 은행으로부터 사들여 수익을 냈다”며 “구조조정 기업의 채권을 평가하는 데 있어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② 기업 회생할까..유암코 ‘세하’, 겉으로만 워크아웃 졸업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이 회생할까에 대한 의문도 크다. 금융위가 유암코의 구조조정 우수사례로 지목한 ‘세하’ 역시 사실상 말로만 워크아웃을 졸업한 꼴이기 때문이다.
세하는 2005년 카자흐스탄 유전에 투자하면서 자금흐름이 나빠졌다. 그러나 주 업종인 제지분야에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유암코는 ‘유암코워크아웃제1차기업재무안정PEF’를 통해 총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세하에 투자했다. 유암코PEF가 투자하면서 지난해 1월 개시됐던 워크아웃은 올해 4월 종료됐다. 그러나 세하는 상반기 93억8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영업이익을 못내고 있다. 유암코 관계자는 “세하의 매출 절반이 수출에서 발생해 워크아웃 상태에선 영업이 어려워 정상기업으로 돌려놓은 상태”라면서도 “올해말까지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내년부턴 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구조조정이 끝난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채권단이 유암코PEF가 유일하기 때문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에 대한 의사결정이 빠르게 일어났을 뿐, 기업이 회생한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③ 일부 은행 자본금 출자 부담 생길 수도
유암코식 구조조정이 출범하더라도 은행들의 자본금 출자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유암코의 새로운 주주로 편입되면서 자본금을 1조2500억원으로 늘려 주주로 편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 수은이 자본금을 늘려 (주주로) 들어오게 되면 상대적으로 자본금이 적은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추가 출자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몇 백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암코는 신한·국민·하나·기업은행이 17.5%씩,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15%씩 보유하고 있는데 자본금이 2500억원 늘어나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250억원씩 추가 출자 부담이 생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산은과 수은이 부담하는 식이다.
이를 바라보는 은행들은 불안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자금은) 완전히 버리는 돈”이라며 “그것을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유암코는 부실채권 시장에서 수익을 내면서 올 상반기 384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구조조정으로 업무를 확장하다보면 수익을 내는데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란 우려다. 유암코에 출자한 은행으로선 설립 4년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2000억원을 배당받았는데 앞으론 배당 가능성도 낮아지지 않겠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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