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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암 환자 말라가게 하는 ‘악액질’ 치료 실마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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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I 2026.08.02 12: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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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GFRAL 신호 차단해 근육·지방 손실 억제
악액질 진행 뒤 투여해도 생존율 20%→90%
토르 테라퓨틱스와 RNA 치료제 개발…2030년 임상 목표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암 환자가 음식을 잘 먹어도 체중과 근육이 계속 줄어드는 합병증인 ‘암 악액질’을 막을 새로운 RNA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KAIST 연구진은 뇌 속 특정 신호를 차단해 근육 손실을 억제하고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치료 원리를 규명했다.

GFRAL ASO를 이용한 암 악액질 치료 효과 AI 이미지(사진=KAIST)
GFRAL ASO를 이용한 암 악액질 치료 효과 AI 이미지(사진=KAIST)
KAIST는 의과학대학원 송민호·김진국 교수 공동연구팀과 교원창업기업 토르 테라퓨틱스가 뇌에서 식욕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GFRAL의 작동을 억제해 암 악액질을 치료할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암 악액질은 전체 암 환자의 50~80%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합병증이다. 암세포가 몸의 대사를 교란하면서 음식을 충분히 먹어도 체중과 근육이 계속 줄고 극심한 쇠약을 겪는 질환이다.

악액질이 진행되면 항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아 생존율을 낮추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치료제는 식욕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수준에 머물러 근육 손실과 대사 이상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암 악액질의 원인이 몸 자체가 아니라 뇌의 신호 체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GDF15라는 신호 단백질이 뇌간의 GFRAL과 결합하면 몸에 저장된 근육과 지방을 쓰라는 신호가 전달된다. 이로 인해 환자의 몸이 점점 쇠약해진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를 막기 위해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기술을 활용했다. ASO는 특정 유전자의 작동을 선택적으로 막는 RNA 기반 유전자 치료 기술이다.

연구팀은 ASO를 이용해 GFRAL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치료제를 개발했다. 암세포가 보내는 ‘몸을 말라가게 하라’는 명령을 받는 스위치를 꺼버리는 방식이다.

GFRAL ASO를 이용한 암 악액질 치료 효과 및 표현형 개선 이미지(사진=KAIST)
GFRAL ASO를 이용한 암 악액질 치료 효과 및 표현형 개선 이미지(사진=KAIST)
이 치료제는 RNA 단계에서 GFRAL 생성을 막아 암 악액질을 일으키는 신호 자체를 차단한다.

연구팀은 이미 암 악액질이 진행 중인 실험쥐에 이 치료제를 투여했다. 그 결과 근육과 지방 손실이 크게 줄고 무너졌던 대사 기능이 회복됐다.

특히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했음에도 연구 종료 시점인 약 50일 기준 생존율은 비투여군 20%, Gfral ASO 투여군 90%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식욕만 높이는 기존 치료와 달리 몸을 말라가게 만드는 신호 자체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근육 손실과 대사 이상을 함께 개선한 만큼, 향후 기존 항암 치료와 병행해 암 환자의 삶의 질과 치료 효과, 생존율을 높이는 항암 보조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홍현정(왼쪽부터)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 박민성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 이민희 (주)토르 테라퓨틱스 박사, 김진국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송민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사진=KAIST)
홍현정(왼쪽부터)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 박민성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 이민희 (주)토르 테라퓨틱스 박사, 김진국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송민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사진=KAIST)
송민호 KAIST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식욕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뇌간의 핵심 수용체를 RNA 수준에서 직접 표적해 암 악액질의 근본 원인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후속 비임상 연구와 약물 생산·품질관리 체계를 차질 없이 진행해 2030년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개발에 착수하고, 암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의과학대학원 홍현정 박사, 토르 테라퓨틱스 이민희 박사, KAIST 의과학대학원 박민성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송 교수와 김진국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에 지난달 27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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