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 앞선 日 사례 뜯어보니…정책·투자 모델 多

박소영 기자I 2025.10.20 07:40:00

[판 커지는 기업승계 M&A]④
日 정부, 중소기업 M&A시 세금 감면
창업가-중소기업 잇는 ‘서치펀드’도 인기
각 지방정부, DB 구축해 보조금 지급도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후계자가 부족해 제3자 승계가 필요한 사례가 점차 늘자 정부가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강구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우리보다 앞선 일본 사례를 참고해 정책을 설계하고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15~20년 전부터 정책을 정비해 관련 시장이 만개한 만큼 참고사례로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니가타현이 운영하는 ‘지역 승계 지도’ 웹 플랫폼. 제3자 승계가 필요한 기업이 후계자 모집 공고를 올릴 수 있다. (사진=일본 중소기업청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사업승계 지원 사례집’ 갈무리)
우리나라보다 고령 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로 흑자 휴·폐업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정책 내놓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경영승계활성화법을 제정했고, 2011년에는 사업인계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기업승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꾸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중소기업 M&A에 관한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세제 개편안도 내놨다.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 주식 취득 금액의 최대 100%를 세법상 비용(손금)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직원 2000명 이하의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견기업은 대기업, 중소기업과 비교해 급여총액과 고용 증가율이 높은 편인데 이들을 지원해 국내 투자 확대와 인재 육성 촉진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평균 은퇴 나이인 70세를 넘은 중소기업 경영자는 올해 약 2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127만명이 사업을 승계할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이를 타계하고자 일본 정부는 M&A 활성화로 중소기업이 사업 지속성을 꾀하고 판로 개척이나 인사·총무 부문의 효율화를 기대하도록 제도를 손본 것이다.

역량 있는 초기 창업가가 직접 펀드를 만들고, 투자자에 자금을 모집해 중소기업을 인수하게 하는 투자 모델인 ‘서치펀드’도 주목받는 개념이다. 미국에서 처음 나온 개념으로 일본에서는 창업가와 지역사회 인구소멸로 후계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이어주는 형태로 발전했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실제 국내 기업승계 매물도 지방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에 서치펀드를 참고할만 하다”며 “최근 부산과 같은 지자체들이 국내외 투자사 유치에 적극인데 액셀러레이터(AC) 등 초기기업 전문 투자사들이 지역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 이들이 지역 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하게끔 하는 방식도 고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이외에도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다양하다. 일본 중소기업청이 올해 3월 발간한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사업승계 지원 사례집’에 따르면 △시즈오카현 △고치현 △돗토리현 △니가타현 등이 관련 조직을 꾸려 각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시즈오카현은 현 내 기업 데이터베이스(DB)를 재정비해 후계자 여부를 파악하고, 기업승계 계획 수립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기준 기업 1만 4659곳이 기업승계를 진단받았고, 628곳이 계획 수립 지원을 받았다.

고치현은 기업승계 담당팀을 운영하고 관련 센터도 설립했다. 매도자와 인수자 간 매칭 지원, 설명회, 홍보 활동도 강화했는데 이를 통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매칭 건수는 점차 늘어 누적 매칭 건수 174건을 달성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15년 전쯤에도 일본 가업승계 M&A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 각 로펌이 뛰어들곤 했는데, 당시 좋은 매물은 대기업에 수직 계열화돼 알짜 매물을 물색하기 어려웠다”며 “국내 사정도 비슷하게 흘러갈 거라 생각되는데 일본처럼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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