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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제식 시장 관리 어려워…개입 최소화해야
생산자는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원하지, 특정 가격 수준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인건비와 각종 투입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쌀값 상승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정부의 인위적 가격 안정 조치는 생산자의 소득을 오히려 악화시켜 농민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는 당연히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겠지만, 전체 가계지출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연간 가계소비지출(약 4600만 원) 중 쌀 구입비(약 44만2000원)는 1%에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하다.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은 쌀값이 아니라 오히려 밥과 함께 소비해야 하는 채소, 양념, 반찬류 등 다른 품목들의 가격 상승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쌀 생산 농가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농업 구조에서는 일본과 같은 쌀값 폭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다소 일시적인 가격 상승세는 수확기가 본격화되면 다시 안정 국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만약, 쌀 공급이 급격히 증가하는 수확기에 가격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 쌀 시장은 큰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문제만이 아니라 쌀 유통체계 전반에 큰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다. 우리 농업은 충분히 이런 상황을 경험해 왔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혼란한 유통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쌀 시장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과 관련해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 필요한지, 시장 안정에는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내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정확한 통계 구축 우선…공급망 관리 체계 만들어야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양곡 관리의 중요도 역시 바뀌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정부의 양곡 관리가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절대적이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저곡가 정책이나 고수매가 정책 등 다양한 방식의 가격 통제가 불가피했고 국민도 이해하고 농민도 이해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개방농정을 시행한 지 20년이 넘은 현재, 정부가 모든 변수를 고려해 시장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는 농업의 생산 현황과 유통 상황을 파악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라면과 소주는 공장에서의 출고가와 소매 판매가가 모두 파악되고 국세청 전산망에 기록된다. 그러나 쌀은 농가의 연간 생산량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표본조사와 농가 설문에 의존하는 조사로 전체 농산물 생산 및 판매 상황을 추정하고 있다. 농민이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으니 판매량과 판매금액도 체계적으로 기록되지 않고 정말 농가가 얼마의 소득을 얻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러한 ‘깜깜이 통계’ 속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권투 시합에 나아가는 것과 같이 무리한 시도다.
때로는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시장 개입임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우리 농업을 둘러싼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은 단지 생산이나 가격 전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님을 정책 담당자들이 잘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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