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찰스 브라운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우리는 동맹국·파트너나 적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중요하다”며 “적과 함께 함으로써(대화함으로써) 오판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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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 발언은 미국이 지난달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군 고위급간 대화 재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 만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단절됐던 군사 통신을 복구하기로 합의했다.
정상회담이 열린지 보름 가량이 지났지만 양국간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
브라운 합참의장은 정상회담 전 중국 측 카운터 파트인 류젠리 연합참모본부 참보장에게 연락선 구축을 위한 편지를 보냈지만 아직 그와 직접 교류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과 대화 재개와 관련해 “나는 대기 중(standing by)”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군 고위급이 즉각 대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우선 중국 내 어수선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3월 취임했던 리상푸 국방부장을 약 7개월 만인 10월 면직 처리한 바 있다. 리 부장은 8월 29일 중국·아프리카 평화 안보 논단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지 두달여 만에 해임됐다.
리 부장은 규율 위반과 부정부패 문제에 연루돼 물러났다는 의혹이 있지만 미국과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는 2018년 중앙군사위원회에서 근무할 때 러시아로부터 수호이(Su)-35 전투기 등을 불법 구매한 혐의로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실제 리 부장 해임 후 미중 정상회담 논의에 속도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리 부장이 해임된 지 한달이 지나도록 후임자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시 주석 앞에서 군을 이끌 책임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 역시 중국의 장관급 파트너가 없는 상황에서 고위급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 국방부 측은 정상회담 이후 “(군사 대화)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중국군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그 사람’(중국 국방부장)이 지명되면 만날 것”이라고 밝혀 신임 중국 국방부장이 대화의 대상자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장관급 인사 지명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는 통상 5년에 한번씩 마련되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연말 열릴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내년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회의가 지연되면서 장관급 인사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진 상태다.
미국과 중국간 군사 안보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중 정상은 지난달 회담에서 가장 예민한 사안인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차를 드러낸 바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간섭 배제를 촉구했지만 미국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