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대표 다산 강연, 유배생활 정리 ‘고별 강연회’ = 이번 강진군수 초청 다산 강연회는 다르다. 대상은 일반 군민들이고 시점은 정계복귀를 코 앞에 둔 때이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그동안 강진군에서 몇 번 요청이 들어왔는데, (손 전 대표가) 때가 되면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하는 거다.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진단이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대안에 대한 화두를 던지지 않을까 싶다. 좀 말씀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2014년 7월 정계은퇴 선언 후 전남 강진 백련사 토담집에서 2년 넘게 칩거하며 성찰해온 손 전 대표가 이번 다산 강연회를 계기로 ‘유배 생활’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20일 강연은 손 전 대표가 전남 강진군들에게 전하는 ‘고별 강연회’다.
정계복귀 후 제3지대서 활동할 것으로 전망되는 손 전 대표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2017년 대선에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2007년과 2012년 대선 문턱도 밟지 못하고 경선서 고배를 마신 손 전 대표가 이번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일 광주 금남공원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에 참석해 “나라를 구하는데 저를 아끼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저를 던지겠다”며 마지막 대권도전에 대한 결기를 보여줬다.
죽음을 각오한 손 전 대표가 걸을 수 있는 길은 크게 네 가지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손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모두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앞서 가고 있지만, 10% 전후 적합도를 보이고 있어 경선의 역동성을 고려하면 손 전 대표가 1위로 치고 나갈 수도 있다. 더욱이 대통령직 수행 적합도는 별 차이가 없다. 역량있는 대통령감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문재인당’이고 ‘안철수당’이다. 더민주는 8.27 전당대회 후 친문 일색의 지도부가 들어섰고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가 창당한 당이다. 손 전 대표가 더민주나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하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당분간 손 전 대표는 제3지대서 친문·친박세력을 제외한 중도개혁세력 구축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났던 이유이다. 국민운동체 형식의 기구를 띄워 중도개혁세력의 진지를 구축한 뒤에나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착수할 전망이다.
◇제3지대서 국민의당과 통합 또는 국민의당 참여 경선 유력 = 네 가지 중 유력한 길은 3지대서 국민의당과 통합을 거쳐 안 전 대표와 경선을 치르거나, 아니면 3지대서 국민의당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하는 방식이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도 국민의당의 경계를 허물고 3지대로 나가자는 뜻에 같이하고 있다. 이태규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밖으로 나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3지대가 잘되기 위한 주춧돌을 놓을 때 제3지대의 실현 가능성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들어오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방식이 힘들면 바로 본선에 직행하거나 더민주 중진의원들 사이에게 얘기되는 원샷 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 원샷 경선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그 밖의 세력들이 모두 참가해 야권의 단일후보를 정하는 경선방식이다. 하지만 구 새정치민주연합을 분당시킬 정도로 불신이 깊은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이같은 원샷 경선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손 전 대표 다른 측근은 “국민레이스로 해서 한방의 원샷으로 가자는 것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탄다면 좋은 방향이다. 문제는 그림은 좋은데, 얼마나 수용하고 호응하느냐이다. 그게 안되면 더민주는 더민주대로, 이쪽은 안철수 손학규에 가능하다면 박원순까지 해서 하나 펼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2라운드전을 하던지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전 대표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지 야권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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