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반토막 났지만 비트코인 위기 아냐…내재된 속성일뿐"

이정훈 기자I 2026.02.08 12:40:27

베테랑 헤지펀드 매니저 게리 보드, X계정서 주장
"급락 펀더멘털 탓 아냐…새 연준의장 영향 잘못 해석"
"장기보유자 팔아도 일시 요인…ETF 증가 영향 더 커"
"변동성 큰 가치저장수단, 견뎌내는 사람에 궁극적 보상"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불과 석 달 사이에 반토막 나면서 비트코인의 안정성이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 붙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높은 변동성도 비트코인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아니며, 애초 태생적인 속성이 드러난 결과일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헤지펀드업계 베테랑 매니저인 게리 보드는 7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글에서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불쾌하고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 같은 매도세가 비트코인이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신호라기보다는, 그 자산에 내재된 변동성이라는 속성이 드러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비트코인 역사를 모면 80~90%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건 흔한 일이며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며 “항상 비트코인이 보였던 일시적인 가격 변동성을 견딜 수 있었던 사람들만이 놀라운 장기 수익으로 충분히 보상 받아 왔다”고 했다.

보드 매니저는 최근 비트코인의 큰 변동이 상당 부분 제롬 파월 뒤를 이을 새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이사가 지명된데 대한 시장 반응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연준이 매파적(=금리인상 선호) 기조로 선회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그 결과 이자가 붙지 않는 비트코인과 금, 은 등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여기에 레버리지 포지션에 대한 마진콜이 하락을 증폭시키며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청산물량이 폭포처럼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보드 매니저는 이런 시장 해석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그는 “워시 새 의장 지명자가 공개적으로 더 낮은 금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워시가 더 낮은 기준금리를 약속했다고 시사하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의회가 수조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를 계속 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연준이 기업 차입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핵심 영향을 주는 장기 국채금리를 좌우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이번엔 시장이 잘못 본 것 같다”며 최근 비트코인시장에서의 매도는 펀더멘털보다는 (투자자들의 잘못된) 인식(perception)이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드 매니저는 비트코인 가격이 거의 0에 가까울 때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매수했던 초기 보유자을 칭하는 ‘고래’가 물량을 던지고 있다는 가설에 대해서도 대형 월렛 활동이 늘고 일부 큰 매도자가 등장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장기 약세 신호라기보다 차익 실현”으로 해석했다. 이어 “초기 채택자와 채굴자들의 기술적 역량은 칭찬 받아야 한다”며 “그렇다고 그들의 매도가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단기 압력 요인으로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Strategy)를 지목했다. 비트코인 값이 스트래티지가 보유분을 매수했던 평균단가 아래로 내려가자, 마이클 세일러 의장이 보유분을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보드 매니저는 “이 리스크가 현실적이지만 제한적”이라고 보며, 이를 워런 버핏이 한 기업 지분을 크게 매수할 때 나타나는 현상에 비유했다. 투자자들은 든든한 지지로 여기면서도, 언젠가 그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일이 생기면 가격이 일시적으로 더 내려갈 수는 있지만, 비트코인 자체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이른바 ‘종이(paper) 비트코인’의 확산을 들었다. ETF(상장지수펀드)나 파생상품처럼, 기초자산인 실물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가격을 추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뜻한다.

그는 “이런 상품들은 거래 가능한 유효 공급을 늘려 단기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비트코인의 발행 한도 2100만개라는 하드캡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며, 이것이 비트코인이 가지는 장기 가치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은(銀) 시장을 예로 들어, “종이 거래가 늘면 초기에는 가격이 눌릴 수 있지만 결국 실물 수요가 커지면 가격이 끌어올려진다”고 말했다.

보드 매니저는 ‘비트코인이 가치저장수단(store of value)이 아니다’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일부는 변동성이 너무 커서 가치 저장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거의 모든 자산에는 위험이 있으며, 막대한 부채를 진 정부가 뒷받침하는 법정화폐 또한 예외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종이 비트코인이 단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2100만개의 코인이 발행될 것이고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싶다면 그것이 진짜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보드 매니저는 최근 급락을 비트코인 설계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결과로 봤다. 그는 “변동성은 게임의 일부이며, 이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가격 변동이 아무리 극적이라도, 그것이 반드시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체제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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