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적지 않은 사모펀드들이 레버리지(차입)를 통한 단기 배당에 집착하면서, 기업의 현금흐름이 모회사 차입상환에 쓰이고, 연구개발과 고용은 뒷전이 되는 일이 다반사다. 기업이 투자의 대상이 아닌, 돈 버는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정부는 제도적 규제 강화로 부작용을 막으려 하지만, 자본시장은 규제만으로는 여러 부작용을 다 막을 수 없다. 차입 비율을 낮추거나 공시 의무를 강화하면 단기적으로는 건전해 보이겠지만, 국내 시장만 위축되고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IMF 이후 PEF가 도입된 취지가 바로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과 자본시장 활성화’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아무리 규제망을 촘촘히 짠다 해도, 사모펀드가 작정하고 기업을 수탈 대상으로 삼는다면 완벽히 막기는 어렵다. 인수 이후 배당 재원 마련을 위한 무리한 차입과 기업 매출의 인위적 조정, 지배구조 불투명화, 임직원 구조조정의 비용 전가 등은 법망을 피한 채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규제는 사후적 장치에 불과하다. 결국 기업을 살릴지, 갉아먹을지를 결정짓는 진짜 통제력은 돈의 흐름을 쥔 투자자(LP)에게 있다.
지금 가장 효과적인건 규제의 확대가 아니라 ‘투자자 책임의 강화’다. PEF이 절대적으로 여기는 존재는 사실상 정부나 금융당국보다는 돈줄을 쥔 LP들이다. 결국 LP가 도덕적 통제권을 행사할 때만 시장의 자율이 선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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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기금, 주요 법정공제회(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노란우산공제, 한국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등 공적 자금 운용기관은 사모펀드의 과거 행적을 더욱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기업을 반복적으로 망가뜨린 이력이 있는 운용사라면, 수익률이 높더라도 출자를 제한해야 한다.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출자 여부를 결정하는 한, GP는 ‘단기성과형 구조조정’이라는 유혹을 피하지 못한다. 반대로 LP가 출자 평가 단계에서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 평가’를 반영하면, GP의 행태는 바뀔 수 있다. 투자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놓고 지속가능성을 해치면 공적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를 줘야 한다. 단순한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기업을 수탈한 펀드는 결국 가치 훼손으로 돌아오고, 이는 LP의 수익률 악화로 귀결된다.
규제는 시장의 자율적인 통제와 윤리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 투자자는 선택이지만, 수탈은 범죄다. 이제 공은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자금을 댄 LP들이 사모펀드의 경영 철학을 감시하고, 책임 있는 자본만이 살아남는 시장 질서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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