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상마찰 등 잡음 없이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동일인 판단기준을 명확하면서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는 조건에 부합하면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장은 이번 개정 동일인 판단기준에 따른 올해 첫 수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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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 중 자산총액 10조4000억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의 수는 작년과 같은 48개다. 새롭게 지정된 집단은 △교보생명보험 △에코프로이며 제외된 집단은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과 대우조선해양이다.
쿠팡은 자산총액 17조6260억원으로 전년(11조1070억원) 대비 거래규모와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재계 순위가 45위에서 27위로 18단계 상승했다. 지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최초 지정 후 작년에 상출집단으로 지정된 데 이어 재계 톱 30위 내에 안착했다.
동일인 지정에선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절차에 관한 지침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개정 시행령 ‘예외요건’을 모두 갖춘 쿠팡과 두나무는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 동일인이 됐다.
두 집단은 △동일인을 법인으로 보더라도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고 △자연인(쿠팡 김범석, 두나무 송치형)의 친족들이 계열회사 출자나 계열회사의 임원 재직 등 경영참여가 없으며 △자금대차·채무보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령상 예외요건으로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볼 경우와 비교할 때 국내 계열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을 것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 및 그 친족의 계열회사 출자, 친족의 임원 재직 등 경영참여, 자금대차·채무보증이 없을 것 등이다.
김 의장은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인 쿠팡Inc를 제외한 계열사 지분이 없다. 김 의장 동생 부부가 보유한 쿠팡Inc 주식의 경우 이 회사가 미국 상장 법인이기 때문에 국내 계열사 출자 금지 조항도 비켜갈 수 있다. 결국 쿠팡의 실질적 총수인 김 의장은 다른 국내 기업과 달리 동일인으로서 감시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사익편취 규제 구멍’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 우려를 일축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김 의장 동생 내외가 쿠팡Inc 미등기 임원으로 있고 국내 쿠팡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이사회 참여나 투자활동, 임원 선임 등 경영참여 사실은 없는 것으로 소명 받았다”며 “김 의장도 이에 대해 인지하고 위반시 동일인 변경 및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확인하고 서명을 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익편취 우려는 동일인이 법인이든 자연인이든 규제에는 차이가 없다”며 “다른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예외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했다.
자연인에서 법인으로 동일인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는 잇따르고 있다. 하이브와 크래프톤 등 비교적 지배구조가 단순한 기업 4~5개가 변경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족 간 지분 정리 등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여서 이번에는 예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하이브(자산총액 5조2500억·85위)는 엔터테인먼트업 주력집단 최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자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는 과거 창업주 개인이 순환출자형 또는 피라미드형 기업집단 형태로 운영하며 경영권을 승계했던 폐해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도입 등 최근 경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동일인 집단제도의 개선 방향으로 해당 기업집단이 실질적인 지주회사 구조를 갖고 있으면 최상위 회사 등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범위를 충분히 획정할 것을 제안했다.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총수일가에 의한 어떤 과도한 지배력 확장이나 또는 부당 내부 거래가 자정된다면 대규모 기업집단 제도의 존속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될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부정적 이슈가 계속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기업집단지정과 동일인 지정 제도를 당장 폐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