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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방역본부)에서 근무 중인 박기웅 사무처장은 이번 설 휴무 고향집 방문을 포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귀성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데다 상황 근무를 서려면 시간도 부족해서다. 그는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있는데 본부에서 관리자들이 사무실을 비우는 것도 맞지 않다”며 “농림축산식품부 중앙사고수습본부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실제 농식품부는 김현수 장관과 박영범 차관이 설 연휴 기간 하루씩 교대로 출근해 중수본 회의를 주재하는 등 비상 근무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AI는 11일 기준 가금농장(체험농원 포함) 91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ASF는 지난해 10월 이후 양돈농장에서 추가 확진은 없지만 광역울타리 밖 야생멧돼지에서 바이러스 양성 개체가 잇따라 검출돼 엄중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도 고병원성 AI 예방을 위해 이달 28일까지 가금농장 내 바이러스 없애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설 연휴 전후인 10일과 15일은 ‘전국 일제 소독의 날’로 지정해 축산 농장·시설·차량을 소독하고 지자체·검역본부 합동 점검반이 소독 참여 실태를 점검한다.
환경부는 설 연휴 전후 울타리 취약구간 등을 일제 점검해 손상 구간과 야생멧돼지 이동흔적 구간을 보강한다. 연휴 기간에도 울타리 전담 관리인력을 통해 울타리 차단 상태를 점검하고 멧돼지 불법포획, 자가소비 등을 감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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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방역 근무를 서는 인력들은 마음 놓고 쉴 틈이 없다. 박 처장은 “의사환축(의심사례가 나온 가축)이 발생한다면 최종 음성이 나오더라도 직원들은 계속 출동을 해야 한다”며 “농식품부가 공식 발표한 양성건수와 비교해 50% 이상은 많은 출동과 조사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방역본부는 ASF나 AI 상당부분의 시료 채취 업무를 담당한다. 장기간 가축전염병 대응 체제를 지속하면서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현장의 어려움은 크다. 박 처장은 “2인 1조로 24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데 농정에서 의심사례가 나온 후 양성 확진을 받으면 길게는 5일까지 농장을 지키게 된다”며 “현장의 안전 문제나 씻고 먹는 문제까지 애로사항이 많아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AI 바이러스 주요 매개체인 겨울철새가 떠나갈 즈음 국내 AI 상황도 마무리될 것으로 박 처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과거 3주와 비교해 최근 1주일 고병원성 AI 발생 건수가 줄고 있다”며 “현재까지 발생 양상을 감안할 때 AI 상황을 끝내야 한다는 게 방역 담당자들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설 연휴 귀성·귀경객들이 늘어나면 사람과 차량 등의 이동 또한 증가하는 만큼 가축 전염병 확산 가능성도 높아진다. 박 처장은 “지금으로선 소독과 차단 방역밖에 할 일이 없다”며 “귀성객들은 가급적 축사나 가축에 접촉하지 말고 농장주들도 접촉을 차단토록 철저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