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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를 광역단체로 넓히면 지역별 편차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추석 당일 서울의 영업 약국 수는 384개로, 세종시(19개)보다 무려 20배 많다. 세종시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가장 적은 대표적인 의료 취약지역이다. 인구당 의사 수 하위 2~3위인 경북(107개)과 충북(75개)의 경우에도 추석에 영업을 하는 약국이 턱없이 부족했다. 의료기관도 적은데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약국 마저도 명절 기간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뜻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9월 28~10월 3일) 엿새간 119를 통해 운영 중인 병·의원 및 약국을 안내받거나 응급 질환에 대해 상담을 받은 건수는 총 5만 7509건, 하루 평균 9584건에 달했다. 평소(하루 평균 4510건) 대비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항목별로는 병원과 약국 안내가 69.3%로 가장 많았고 응급처치 지도(12.6%)와 질병상담(12.4%), 의료지도(4.1%)가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명절 기간 의료공백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족들이 경북 고령군에 사는 직장인 성모(28)씨는 “(집이) 시골이라 약국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연휴에 문을 여는 곳이 너무 적어서 놀랐다”며 “고령군에 있는 약국은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인데 몸이 아프면 이것도 안 될 것 같다. 미리 필요한 약을 사두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향이 충북 영동이라고 밝힌 이모(62)씨는 “인구를 생각하면 서울보다 약국이 적은 게 이해되지만 아픈 상황에서는 멀리 나가기 힘드니까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추석에 고령군과 영동군에 문을 여는 약국은 각각 1곳과 4곳뿐이다.
명절 지역별 약국 격차에 대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전체 약국 수 대비 추석에 운영되는 약국 수를 비교하면 비율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약국도 보건의료 개념에서 같이 챙겨야 하는데 의료서비스의 기준이나 관점이 의료기관에 집중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송기민 한양대 보건학과 교수는 “의료 형평성 보장과 지역 소멸 방지 차원에서라도 이 공백을 해결해야 한다”며 “의약 사각지대도 더 심해지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휴일에 운영되는 보건소와 공공의료기관, 약국을 더 확보하고 관련 정보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는 E-Gen에서 추석 연휴에 운영되는 병·의원과 약국을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