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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신임 외무상이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할 지 여부를 적절한 시기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사실상 미국과 한 몸처럼 움직여온 만큼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하면 뒤따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25일 언론 간담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 대응 방안을 묻는 말에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며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입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지만,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하면 동참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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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과거에도 미국과 한 몸처럼 움직인 바 있다.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선수단조차 보내지 않는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고, 일본도 여기에 동참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선수단은 보내되 정상과 정부 사절단은 불참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인권유린을 이유로 정부 대표들이 중국을 방문하지 않도록 회원국에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5개 나라 정보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측은 “소란을 피워봤자 각국 운동선수들의 이익만 해칠 뿐”이라며 비판했다.
서방 국가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카드를 들고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이다. 중국은 해당 문제는 내정이라며 간섭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최근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에 핵심 역할을 한 장가오리 전 부총리가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를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불똥이 튀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폭로 이후 실종설이 불거진 펑솨이와 30분간 영상통화를 통해 그의 안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IOC와 중국 당국이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무리하게 펑솨이의 안전한 모습을 연출해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 1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회담을 했을 때 중국 방문을 초청받았다. 이를 두고 집권 자민당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 회장은 하야시 외무상의 방중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며 만류했다.
총리가 직접 나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사 저널리스트인 구로이 분타로는 “외무성에는 강경보다는 유화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전통이 있다. 미국으로부터 보이콧 압력이 거세지겠지만 외무성은 가만히 있고 싶은 것이 본심일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자신이 제대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