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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술적 검토없는 KDDX '공동개발론'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관용 기자I 2025.03.13 06:00:00

김현수 인하공전 조선해양과 교수(前 대한조선학회장)

김현수 인하공전 조선해양과 교수
조선공학을 전공한 조선해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마냥 지켜보기가 불편하다. 대한민국의 해양안보를 책임질 KDDX 사업의 착수가 지연되어 조바심이 들면서도 지난해에는 법적으로 다투어야 할 사안이 있다는 측면에서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법적 의혹들이 전부 해소되고 해가 바뀌었는데도 사업방식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에도 함정 연구개발이 6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생뚱맞게 플랫폼 업체 간의 ‘공동개발론’이 제기된 것을 본 적이 없다.

공동개발은 체계 연동과 통합을 담당하는 체계종합업체(조선소)와 체계업체 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우리도 그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체계종합업체 간의 ‘공동개발론’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만약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의 결과물이 ‘전투용적합’ 판정을 받지 못하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든지,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어서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현 제도상으로 상세설계 단계로 넘어가면서 공동설계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KDDX 사업방식은 정무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 철저히 사업수행 관점과 기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기본설계 단계에서 이미 관급(발주 기관이 직접 구매 후 계약 상대에게 공급)으로 개발되는 핵심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탑재장비의 스펙 등이 대부분 정해진다. 상세설계는 이를 구체화시키는 단계이고 기본설계 시 선정된 체계·장비업체와의 계약과 발주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기본설계 기간이 더 길다.

KDDX의 경우도 기본설계는 3년 간 수행했지만, 상세설계는 18개월로 휠씬 짧다. 즉,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설계 결과를 종합해서 시제품을 제작하기 위한 상세설계도를 완성하는 단계이다. 여기에 기존에 검토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만에 하나 상세설계를 두 플랫폼 업체가 수행한다면 체계통합 및 연동단계에서 기술적으로 둘로 구분하기 어렵고, 방위사업청과의 계약관계는 물론이고 체계종합업체와 체계·장비업체와의 계약도 이중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상세설계 결과물이 바로 선도함 건조로 연결되고 시험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책임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함정개발에 가장 큰 리스크가 따라 붙는 이유는 시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개발에 성공한 KF-21의 경우에는 시제기가 6대나 있다. 전투기 개발은 시제기를 통해 충분히 기술적 검증을 끝낸 다음 양산에 들어가지만, 함정은 시제함이 곧 전력화되는 1번함이 된다. 그만큼 체계종합업체는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함정연구개발의 1단계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2단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건조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 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시제함인 1번함의 연구개발이 끝나야 구체적인 건조비 즉, 원가가 산정될 수 있다. 그래서 추정불가능한 비용을 업체에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 함정연구개발 사업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행시키고, 선도함 개발에 대한 비용을 사후 정산해주는 것이다. 또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선도함에 탑재되는 핵심장비와 무장이 대부분 관급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개발과정에서 변동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함정개발의 기본적인 원칙과 절차를 대체하는 ‘공동개발론’을 주장한다면 지금까지의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효과성이 검증되어야 하고, 추정 불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동개발론’에는 이러한 고려 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함정 플랫폼 뿐 아니라 핵심 시스템까지 국산화하는 KDDX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함정 중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연구개발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설계에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연구기관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체계업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이미 체계업체와의 공동개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업체가 공동설계를 위해 들어와야 할 이유는 전혀 보이지 않고, 그럴 필요성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얼마 전 방위사업청이 주축이 되어 체결한 함정 수출을 위한 원팀 MOU에도 함정연구개발의 ‘공동개발’ 항목은 없고 단지 건조 물량의 배분 원칙만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과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 달 25일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방사청)
함정 설계의 메커니즘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조언한다면 상세설계의 일정 시점에, 예를 들면 최종 설계결과가 군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를 점검하는 상세설계검토회의(CDR) 과정에 상세설계를 수행하지 않는 플랫폼 업체(조선소)가 참여해서 관련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후속 양산함을 건조하기 위한 사전 스터디 측면에서도 매우 유익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방식도 이전에는 없었던 획기적인 조치인데, 이미 지연된 국가적 사업의 전력화 시점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고 후속함을 건조할 업체를 배려한다는 측면에서는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한화오션은 잠수함 연구개발에 더 많은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왔고 3000톤급 잠수함 6척 중 5척의 건조를 맡았다. 그중에서도 3600톤급 3척은 모두 한화오션이 수주했다. 반면에 HD현대중공업은 2004년 세종대왕함을 설계할 당시부터 ‘전투체계통합팀’을 별도로 육성하는 등 이지스구축함 설계에 특화된 엔지니어 250여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KDDX 기본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은 물론 작년 11월 말에는 이지스구축함 배치-Ⅱ 선도함인 정조대왕함을 적기에 인도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 방산업체인 양사는 이처럼 각각의 기술로 특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래서 함정 수출 원팀에도 이러한 기술적 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후속함 건조는 경쟁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선도함을 건조했다고 하더라도 후속함 물량 전부를 수주할 수가 없다. 실제로 울산급 배치-Ⅲ는 선도함을 HD현대중공업이 설계 및 건조했지만, 후속함은 SK오션플랜트와 한화오션이 각각 3척, 2척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고 정작 선도함을 개발한 HD현대중공업은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울산급 배치-Ⅲ의 후속 모델인 울산급 배치-Ⅳ 2척 건조 사업도 수주한 상태이다.

이처럼 수상함은 특정업체가 연구개발을 하더라도 후속함은 경쟁을 통해 물량이 배분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KDDX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행한 업체가 후속 물량 전부를 가져갈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며 실제로 각 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보더라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컨셉의 함정을 연구개발하는 선도함 사업은 철저히 기술적 면에서만 판단해야 하고 성공 확률은 최대화하면서 리스크는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미 1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고, 전력화 준수를 위해 탑재장비를 선발주 해야 하는 타이밍도 많이 놓쳤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납기일은 늦어지고 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KDDX 사업방식을 놓고 여전히 실체도 없는 ‘공동개발론’을 운운하면서 정무적인 판단을 요구한다면 그것을 누가 용인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진정 ‘공동개발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조선해양인들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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