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선을 넘는 프레임 씌우기도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곳이라 인수 후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유출이 우려된다거나, 사모펀드를 싸잡아 ‘기업사냥꾼’이라고 매도하는 식이다. 특히 이슈가 정치권으로 확산하다 보니 본질보다는 프레임 대결만 더 강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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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가 태동해 성장한 기간은 고작 20년 남짓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사모펀드 역사가 100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어린이 수준이지만, 짧은 역사에 비해 성장 속도는 가팔랐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수는 1126개에 달했고, 약정액은 136조원이 넘었다. 2015년 316개 사모펀드가 58조5000억원의 약정액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세배 성장한 셈이다.
사모펀드가 자본시장 핵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경제에 기여한 면도 적지 않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이기도 했고, 산업 구조조정을 보다 원활하게 이끈 면도 있다. 한계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하거나 일시적 유동성을 겪고 있는 곳에 자금을 적시에 공급해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MBK파트너스에 씌워진 프레임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고려아연 측의 지적과는 달리 MBK파트너스는 1세대 토종 사모펀드고, 국내 자본시장법을 따르는 금융사다. 운용자산 대부분이 중국계 자금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바이아웃한 기업을 어디에 매각하라 말라 출자자(LP)가 강요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이런 면이 MBK파트너스로서는 억울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이번 고려아연 딜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가 응원을 받은 사례도 여럿 있다. 남양유업에 대한 한앤컴퍼니의 인수가 대표적이다. 오너 일가가 전횡을 일삼으면서 기업가치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던 남양유업을 사모펀드가 사기로 했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오너 대신 경영 전문가들을 투입해 기업을 정상화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M&A에서도 명분이 중요하다. 정치권이나 소액주주가 보기에도 명분이 확실해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상대방을 비방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 보다는 비철금속 제련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인 고려아연을 어떻게 더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앞서야 한다.
MBK파트너스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이 명분에 충실히 임한다면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될 것이다. 그게 1세대 토종 사모펀드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