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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폭언’ 시달려도…직장인 절반 이상 "그냥 참아"

박동현 기자I 2024.10.20 12:00:00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6년째에도 ‘유명무실’
갑질 피해자 4명 중 1명, 별다른 조치 못한 채 퇴사
“회사들 형식적 조치만…실효성 위한 감독 필요”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상습 민원인에 대한 장기차단을 여러 번 요청했지만, 항상 반려됐습니다.”(콜센터 상담사 A씨)

“성희롱 고객과 통화를 했지만, 회사에서는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정신 질환이 생겨 치료 중입니다.”(회사원 B씨)

(사진=게티이미지)
민원인의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지난 18일부로 시행 6년 차를 맞았지만, 감정노동자 대부분은 여전히 폭언을 듣고도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의 존재를 모르거나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신고를 포기하는 피해자들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인 감정노동자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면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민원인 갑질’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그중 160명(16%)이 ‘갑질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민원인 갑질을 경험한 피해자 중 61.9%가 ‘피해를 당해도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강조했다.

갑질을 참는 피해자들은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신고 자체를 포기하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3.6%는 ‘고객의 폭언으로부터 회사가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지난 5월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C씨는 “은행에 근무 중인데 고객이 악의적으로 민원을 넣고 지점에 찾아와 소리를 질렀다”면서 “그런데 상급자는 고객이 금감원 민원을 넣겠다고 하는데 왜 일을 만드냐고 오히려 저를 타박했다”고 밝혔다.

갑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의 존재를 몰라 신고하지 못한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단체에 따르면 직장인 36.1%가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존재를 알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현실에 갑질 피해자 4명 중 1명(25.6%)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다. 회사에 대책을 요청한 비율은 26.3%에 그쳤다.

단체는 회사가 민원인의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해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송아름 노무사는 “감정노동법 위반 시에도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어 대부분의 기업들은 형식적인 조치를 하는 데 그치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예방, 발생, 사후 조치의 세 단계에 걸쳐 실질적인 감정노동자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면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정노동자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은 1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2018년 10월 18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2021년 10월 14일부터 주로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폭행 등에 노출될 수 있는 근로자까지 보호될 수 있도록 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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