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해 가스전 논란 자초한 정부

김형욱 기자I 2024.10.18 06:00:00

국가 명운 걸린 대왕고래 프로젝트
부풀려진 첫 발표로 의구심 키워
이제라도 메세지 관리 주의 기울여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140억배럴 정도의 막대한 양이 매장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6월3일 동해 심해가스전 유망구조를 발견했다며 발표한 이 같은 ‘사족’이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시추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이후 이곳의 탐사자원량을 35억~140억배럴의 중간값으로 수정해 발표했으나, 부풀리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동해 석유가스전 관련 국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실랑이는 이어졌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석유공사는 처음부터 탐사자원량을 35억~140억배럴이었으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공기업 석유공사는 그렇게 보고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은 35억배럴이 빠진 정부의 첫 발표에 주목했으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담긴 지적이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음 발표한 내용이 각인되는 것”이라며 “한 달 뒤 수정해도 국민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 적잖은 국민이 140억배럴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있다. 인기 코미디쇼 SNL코리아에선 가상의 ‘국립아이돌 뉴진숙’이 등장해 ‘140억 배럴’로 시작되는 데뷔곡 ‘첫 시추는 계획대로 될 거야’를 내놓고 현 세태를 풍자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의 첫 발표가 안 그래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심해 유·가스전 개발의 대국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개발은 우리나라의 자원안보 확보와 국가 위상에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다. 우리나라는 동해 1~2 가스전 개발 성공으로 2006~2021년간 산유국 지위를 유지했으나 자원 고갈로 그 명맥이 3년째 끊겼다. 또 사실 35억~140억배럴은커녕 1억8000만배럴 이상만 나와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었던 만큼 굳이 무리하게 부풀릴 필요도 없었다. 동해 1~2 가스전 때도 4500만배럴를 개발해 1조4000억원의 개발이익을 거둔 바 있다.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그 사업 취지에 공감을 얻기 위한 메시지 전달 방식도 중요하다. 비록 첫 단추를 잘못 끼워 혼선을 빚었으나 올 12월에 진행할 첫 탐사시추와 이후 진행할 투자유치 등에 있어선, 그 중요성만큼 메시지 관리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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