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공평교역위원회(FTC)는 전날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FTC는 SK하이닉스의 인수가 대만 공평법 제13조 1항에 부합하고, 인수합병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및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부문(중국 다롄 공장)을 약 10조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맺고 올해 1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미국과 유럽, 대만, 한국 등 4개 국가의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중국과 영국, 싱가포르, 브라질 등 4개 국가는 아직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영국, 브라질, 싱가포르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문제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독점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12.3%, 인텔은 7.5%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쳐도 삼성전자(33.5%)에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반도체 기업이 신고한 M&A를 승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이 2019년 체결한 M&A는 중국 경쟁당국이 계속해서 심사를 지연한 탓에 올해 3월 결국 무산됐다. 미국 퀄컴과 네덜란드 NXP가 2016년 체결한 기업결합도 중국 당국이 승인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 10월 미국 엔비디아가 발표한 영국 ARM 인수도 중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는 중국 당국의 승인이 최종 관문이 될 것”이라며 “양사 결합에 따른 독점 우려는 없지만,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됐다는 점에서 이번 M&A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인수하는 인텔의 사업 중에는 중국 다롄 공장도 포함돼 있어 중국이 어깃장을 놨던 다른 M&A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현지에선 SK하이닉스가 다롄 공장 인수 후 고용과 투자를 늘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인텔은 진행 중인 심사들을 모두 연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