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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일본식 빚앓이]①우리도 닮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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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용 기자I 2011.02.10 10:20:00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국가부채에 짓눌린 지구촌의 신음 소리는 새해 들어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1번 타자는 일본이었다. 새해 첫달 신용평가사 S&P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9년만에 강등시켰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2위 외환보유고의 일본이지만, 급증하는 국가부채는 걱정스러웠다.

일본의 굴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용평가사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 플레이어(player)들이 소기의 목적달성을 위해 `국가부채와 재정건전성`이라는 잣대를 계속해서 꺼내들 것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여전히 이들은 2009년 두바이, 2010년 그리스의 계보를 이어갈 블랙리스트 작성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선 빌미를 주지 않는 게 최선이다. 시쳇말로 잘못 걸렸다가는 호되게 당하기 십상이다.

◇반면교사

사실 일본의 과도한 국가부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8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3분기말 908조8617억엔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98.4%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재정파탄으로 난리가 났던 그리스의 부채비율 140.2%를 웃도는 것으로, 경쟁국인 미국(92.8%)이나 독일(75.7%)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

▲ OECD 2011년 국가별 GDP대비 부채비율 및 재정적자율 전망.    세로축 : 국가부채/GDP 가로축 : 재정적자/GDP
그럼에도 그간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자국내 탄탄한 국채 투자 수요 덕분이다. 정부가 매년 세입 보다 많은 예산지출을 집행할 수 있었던 것도 민간부문에서 적자보전 국채를 원활히 소화했기 때문이다. 2010년말 현재 일본 국채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6.4%에 불과하다. 나머지 93.6%는 일본 대형은행이나 보험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국채 투자자 분포는 디폴트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 국채의 65%는 외국인 투자자의 소유였다. 유럽 재정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꼽히는 스페인도 국채의 45%를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역시 외국인의 국채 투자비중이 50%로 높다. 이렇게 보면 국채 만기도래시 일본 정부가 안게 되는 차환리스크는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S&P가 주목한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일본 국가부채의 절대수준이다. 사실상 일본 정부의 부채관리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시장의 우려도 더해졌다. 일본의 신용등급이 스페인 보다 낮은 `AA-`로 강등된 이유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별 국채 보유비중은 일본과 비슷하다. 외국인의 국채 보유비중은 10% 안팎으로 내국인의 수요 기반이 넓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증가속도 역시 눈에 띄게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부채는 2008년 30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3년에는 5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04년 GDP 대비 22.5%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이제 40%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S&P의 경고가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이라고 치부할 수 없게 됐다.

◇기분 나쁘게 닮아간다 일본의 나라살림이 처음부터 기우뚱거린 것은 아니다. 1980년대까지 일본의 국가부채는 GDP의 50~70%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시작은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비롯됐다. 자산시장의 가격거품이 꺼지면서 일본은 1990년대 장기불황(잃어버린 10년) 국면에 들어갔다. 이 시기 국가 부채도 급증했는데 10년간 이어진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인 감세정책을 펴고 재정지출 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 잃어버린 10년 동안 국가부채/GDP의 가파른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 경제는 좀처럼 성장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남발된 감세와 재정지출 카드는 나라살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겼을 뿐이다. 1998년 처음으로 100%를 돌파한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이제 13년만에 200%를 넘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일본 재무성 역시 2011 회계연도말에는 일본의 국가부채가 998조엔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실정이다.

▲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각국이 제시한 GDP대비 경기부양 규모. 한국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강한 부양책을 폈다
우리의 나라살림도 순탄치는 않다. 일본을 답습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의 현재 상황이 1989년이후 일본의 상황과 점점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무리한 감세정책으로 세수기반은 약해진 반면 4대강 사업 등으로 지출되는 예산 규모는 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정부가 투입한 돈은 GDP의 4.9%에 달하는데 이는 OECD 국가중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

물론 수치로 비교해본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주변국에 비해 아직은 양호한 수준. 그러나 소규모 개방 경제의 특성상 우리의 경제구조는 외부변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그간 대·내외 위기 때마다 최후 보루 역할을 해왔던 재정이 허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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