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못지않은 부동산…미국 집값 6년래 최대 폭 뛰었다

김정남 기자I 2020.12.30 06:52:07

10월 케이스-실러 지수 상승률 8.4%
거의 6년 만에 미국 집값 최대폭 급등
팬데믹 이후 주가와 함께 집값도 상승
낮은 모기지 금리+교외주택 이주 수요
20개 도시 중 뉴욕 집값 가장 덜 올라

미국 내 주요 20개 도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 상승률 현황. (출처=S&P 다우존스 지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집값이 거의 6년 만에 최대 폭 급등했다. 코로나19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돈 풀기 정책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까지 떨어진 데다 재택근무가 일반화하며 교외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ices)에 따르면 지난 10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8.4% 급등했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이 정도 올랐다는 의미다. 이는 2014년 3월(8.9%↑) 이후 거의 6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 지수는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다. 2000년 1월을 100으로 놓고 지수를 산출한다. S&P와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수 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어 공신력이 높다.

집값 오름세는 다른 실물 지표들과 그 흐름이 상이하다. 대부분 지표들은 팬데믹이 본격화한 올해 3월을 기점으로 큰 변동을 겪었으나, 케이스-실러 지수는 계속 상승했다. 올해 2월 이후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4.2%→4.5%→4.6%→4.4%→4.4%→4.8%→5.8%→7.0%→8.4%를 기록했다. 최근 추세라면 지난달 수치는 더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스-실러 지수를 내기 시작한 1988년 이후를 분석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3~2005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2~2013년에 이은 제3의 상승기를 맞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유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엄청난 유동성이 풀리면서 시중금리가 급락한 게 첫 손에 꼽힌다. 현재 미국 내에서 15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낮게는 2% 초반대에 불과하다. 사상 최저다. 30년 만기의 경우 2% 후반대다. 게다가 미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주택 규제가 한국에 비해 완화적이다. 주식과 함께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수급 문제 역시 큰 요인이다. 팬데믹 이후 복잡한 도심을 피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데다 재택 형태의 근무 문화가 퍼지면서 넓은 교외 주택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크레이그 라자라 매니징 디렉터는 “코로나19 사태는 도심 아파트로부터 교외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수요를 더 높였다”며 “이런 트렌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 외에 주요 20개 대도시의 10월 지수 상승률은 7.9%를 기록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12.7% 뛰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워싱턴주 시애틀(11.7%),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11.6%) 등은 두자릿수를 보였다. 주로 서북부 지역의 도시들이다. 북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9.5%), 동북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9.4%) 역시 높았다.

다만 ‘세계 경제·문화 중심지’로 불리는 뉴욕주 뉴욕의 경우 6.0%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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