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주도의 석유 전쟁, 우리는 불똥 걱정 없나

논설 위원I 2026.02.05 05: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에 대해 러시아 원유 구매 중단을 조건으로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대폭 인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미국은 인도에 상호관세 25%와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관세 25%를 각각 부과키로 했으나 인도가 미국의 구매 중단 요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50%에서 18%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조치로 인도가 그만큼의 원유 물량을 베네수엘라에서 사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장량 세계 1위로 꼽히는 베네수엘라 원유는 이제 미국의 통제권 안에 들어간 상황이다.

앞서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 압송한 것 자체가 막대한 양의 베네수엘라 원유를 장악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다시 나오고 있다. 최근 이란을 상대로 무력행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며 항공모함 전단을 인근해까지 급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자금줄을 끊으려는 일련의 행보나 강온 전략을 오가는 중동 지역에서의 실력행사 으름장 이면에는 원유와 관련된 이해 문제가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석유 전쟁’은 갈수록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고율의 관세부터 함포를 동원한 군사력까지 모두 활용하는 트럼프식 에너지 패권 장악 시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도 쉽지 않다. 하지만 석유자원을 염두에 둔 초강대국 미국의 군사적, 비군사적 행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계속 키우고 있다. 이 기류에 직접 제재 대상인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 요구에 따르지만 브릭스(BRICS)의 일원인 인도도 글로벌 에너지 대전에서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의 에너지 미래는 험로가 될 공산이 커졌다. 중장기로 원유의 안정적 확보가 다급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나 자원 부국의 무기화 여부에 따라 돈을 주고도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에너지 전쟁 전반으로 확대되면 희토류는 물론 우라늄 같은 원자력발전의 기본 원료까지도 무기화할 수 있다. 정부도 산업계도 미리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외교통상 산업 국방 등 관련 부처들은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최악 상황의 대처 방안을 미리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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