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8일 보수당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내년 초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파격이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당장 국힘은 ‘협잡’ ‘부역’ 등 거친 용어를 써가며 ‘해당 행위’를 한 이 전 의원을 당에서 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사람을 어떻게 장관에 임명하느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협치와 통합은 이렇게 어렵다. ‘이혜훈 발탁’의 성패는 이 대통령의 진정성에 달렸다.
이 대통령이 전 정권 사람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정부에서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금도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송 장관의 유임을 놓고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한 전력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송 장관은 중간에서 여야 이견 조율에 성공했고, 결국 양곡법 개정안은 8월 초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송미령 케이스’는 이 후보자에게 본보기가 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은 재정 포퓰리즘에 반대하고, 기본소득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런 사람에게 나라 곳간 열쇠를 맡기기로 했다. 이는 실용을 중시하겠다는 약속을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만약 대통령이 당내 반발 등을 의식해 이 후보자에게 장관 타이틀만 주고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협치 실험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 후보자의 소신은 확장재정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 내년 예산은 전년비 8% 넘게 늘었고, 국가채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로 높아진다. 이 후보자는 29일 “불필요한 지출은 차단해서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기획예산처가 ‘이재명 표’ 예산, 곧 지역사랑상품권 사업(1조 1500억원)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2341억원)을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 후보자는 재정 파수꾼 역할을 못 하면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각오로 장관직을 수행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