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 ‘노란봉투법 포비아’가 현실화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가 지난 25일 단체교섭권 확보 위한 본격 투쟁을 펼치고, 회사 경영진을 집단 고소하면서 ‘포문이 열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 공포 전이지만 사실상 법이 시행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실질적 시행 기간을 법적 공포 기간인 6개월이 아닌 최소 1년 정도로 늘려 부작용과 산업 현장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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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란봉투법 통과를 기점으로 산업 현장 내 기류가 달라졌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함병호 국립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최근 각종 산업 안전 세미나에서 특히 조선업 경영진들을 만나 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며 “하청업체들이 워낙 많고 각종 안전사고 위험이 늘 있기 때문에 여차하면 파업하고 경영진을 고소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경영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처리 전부터 해당 법안의 위험성을 지속 강조해왔다. 국내 제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 체계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해 원·하청간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노조법상 사용자에 대한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은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경영계의 주장뿐만이 아니라 현재 노동조합법 관련 진행 중인 소송의 판례들은 이미 현장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17년 금속노조의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했으나, 해당 사건은 지난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이다. 1·2심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따른 사용 종속관계가 있는지 여부로 원·하청 관계를 판단한 것이다. 특히 “도급대금 산출에 영향력 행사가 사내 하청 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체계까지 지배·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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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개정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최대한 현장 혼란 방지를 위해 촘촘히 시행령을 구성해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갖고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굉장히 복잡한 사안들이 충돌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공포까지 6개월은 시행령을 통해 정비하기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다”며 “6개월간 충분히 기준을 만들고 그에 준하는 기간은 문제점은 없는지 보완 정비해 시행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과거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 당시 혼란을 줄이기 위해 1년여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또 “법이 사회 규범 의미를 가지려면 경영계 쪽에 통보하듯이 일방적으로 만들지 말고 적극 의견을 들으려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기업들도 개정안의 큰 방향성에 공감하도록 하고 기업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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