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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도 신용카드도 불가능'…그리스 관광객 발만 동동

권소현 기자I 2015.06.29 08:54:13

관광객 여행계획 취소하고 발 돌려
그리스 관광 최대 성수기 포기해야할 판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위치한 파르테논 신전을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그리스 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그리스 관광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금 찾기가 불가능해진데다가 많은 상점이 신용카드를 안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리스 경제의 캐시카우였던 관광산업마저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제안하면서 관광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가 은행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29일 은행 영업을 정지하고 예금인출을 제한하면서 금융시스템이 마비됐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현금이 떨어지고 신용카드를 거부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식사나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해지자 일부 관광객들은 예정됐던 여행계획을 취소하고 그리스를 일찍 떠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휴가를 온 스테판 윌은 “이번 가족여행을 2년 동안이나 준비했는데 여기서 현금을 찾지 못하면 사흘 이상 머물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토요일에 ATM 앞에 줄 서서 현금인출을 시도해봤지만 5개 기기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윌씨와 그의 가족들은 아테네와 에게해의 섬 두 곳을 여행하는데 1만3000달러를 사용할 계획이었고 이중 절반 정도는 숙소 예약에 미리 지불한 상태다.

그리스로 신혼여행 온 발렌티나 로시와 클라우디오 부부는 산토리니 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이탈리아 대사관에 문의했다. 로시는 “이미 신혼여행은 망쳤다”며 “종종 그리스가 뉴스 헤드라인에 나오긴 했지만 이렇게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관광산업은 그리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그리스관광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 숙박요금으로 벌어들인 금액만 170억유로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9%에 달하고 관광객들이 현지 상점과 레스토랑 등에서 지출한 금액은 450억 유로다.

하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과 이로 인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 지원 제한, 그리스 은행 영업정지 등 주말새 일어난 일로 그리스 관광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대 관광 성수기인 여름 시즌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여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던 상점들도 울상이다. 아테네 중심인 플라카 지역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포스톨리스 지오나스는 “다음 주에도 자본통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해 손님들에게 신용카드 대신 할인을 해주면서까지 현금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그리스를 방문하는 자국민에게 현금을 충분히 가져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영국 외무성은 그리스로 휴가를 떠난 영국인들의 귀국을 돕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놓은 상태다.

아테네대학의 마이클 글레자코스 재무학 교수는 “은행 예금인출과 지급서비스가 안 된다면 관광산업이 입은 타격이 회복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관광업과 조선업이 그리스 경제에 기여하는 유일한 산업인데 관광객들이 신용카드를 쓰고 은행에서 현금을 찾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곧 이들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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