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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는 지난 27일 제404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제2법안심사소위원회)을 공개했다. 이 회의는 지난 22일 국회 복지위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한정애 의원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계속 심사 대상으로 결정났다. 이 법안은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 의견을 수렴해 발의했다.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및 병원체(균주) 등을 엄격히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발효되면 독극물로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에 속하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모든 염기서열 정보를 질병관리청에 제출해야 하고 이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됐던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균주 출처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특히 불법으로 균주를 취득했거나 허위사실이 드러날 경우 품목허가를 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 허가가 취소될 수 있어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 한정애 의원 “균주 기원 외국, 해외 업체 소송하면 어떻게 되나”
이날 법안소위에서 한정애 의원은 같은 당 최종윤 의원이 발의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해 “균주 오리진(기원, origin)을 밝히게 되면 이것 다 사실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며 “균주 기원을 주장하는 해외 업체가 대한민국 업체를 상대로 다 소송을 제기하면 어떻게 되나”라고 발언했다.
한 의원은 균주 기원을 밝히면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 자명하단 발언은 국내 불법 균주 실태를 숙지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될수 있는 대목이다. 불법 보툴리눔 톡신 사업자로 의심받는 A 업체는 경기도 용인시 한 마구간에서, B 업체는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썩은 통조림으로부터, C 업체는 국내 여러 토양 샘플에서 분리된 균주를 획득했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 모두 균주 기원을 국내로 한정하고 있다. 한 의원 발언은 불법 균주 획득 업체들이 해외 업체로부터 소송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면 안 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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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감염병예방법은 불법거래나 허위신고한 기업이 문제가 된다”며 “적법하게 국내·해외에서 분양받거나 사온 기업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개별 기업이 해외 유래 감염병 병원체를 불법적으로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명백한 국제협약위반”이라며 “국회가 앞장서 불법 기업을 척결해야지, 보호·은폐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한국을 제외하고 글로벌하게 미국 2곳, 독일 1곳, 중국 1곳 등 총 4곳에서만 상업화됐다. 반면 한국에선 이례적으로 무려 21개 기업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보유 중이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보유 신고 업체 다수는 국내 발견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오랫동안 불법적 균주 거래를 의심받아 왔다.
◇ 최종윤의원실 “한 의원, 왜 그런 의견 냈는지 몰라”
집안 단속에 실패한 최종윤의원실 역시 침통한 분위기다.
최종윤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도 한정애 의원이 왜 그런 의견을 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법안소위 전 최종윤 의원은 같은 당 소속 고영인·최혜영 의원에겐 사전 연락을 취하고 자료를 전달했다”며 “한정애 의원은 오랜 기간 복지위 활동을 했고 중진이라 관련 내용을 소상히 알 것으로 판단해 사전 설명을 생략했다”며 이번 법안소위 통과 불발 경위를 설명했다.
한 의원은 3선 의원으로 부산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동대학원에서 환경공학 석사, 노팅엄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를 각각 취득했다. 2020년엔 국회 복지위 상임위원장을 역임했고 202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는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한 의원은 지난해 7월부터 복지위에서 다시 활동 중이다.
◇ 한 의원실 입장 묻자 “고발하겠다”며 협박
한정애의원실에 불법으로 균주를 취득한 업체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배경을 문의하자, 조선옥 보좌관은 “왜 질문을 그런식으로 하냐”며 “칼럼·사설쓰냐. 기자가 팩트에 기반해 기사를 써야 한다. 명백한 기자윤리 위반이다. 기자 맞냐”고 반문했다.
조 보좌관은 이어 “(한정애 의원의) 입장을 받으려면 출입증 받아 국회로 들어와 대면 취재하라”면서 “취재 기본이 안돼 있다”며 기자를 질타했다. 그는 재차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기사 쓰면 언론중재위원회에 고발하겠다”며 협박성 경고를 보냈다.
◇[반론보도] <‘감염병예방법’ 한정애 의원 발언> 관련
이데일리는 2023년 3월 30일자, 3월 31일자 기사에서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한정애 의원이 감염병예방법 개정안 통과를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불법 균주 획득 업체들이 해외 업체들로부터 소송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면 안된다는 뜻으로 해석될만한 발언을 했으며, 보좌관이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를 질타하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정애 의원 측은 “정부가 균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없고, 자칫 우리 산업계에 피해가 갈 수 있으므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불법 균주 업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의원은 법안에 담긴 균주 업체에 대한 엄격한 관리 기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를 표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또 한 의원실 소속 보좌관은 “공정하게 보도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